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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Virus) - Pardon Me? (2006 Reissue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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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곱씹어보는 한국어 Story Telling의 교과서
`Pardon me?` - 한국적 Story telling의 첫번째 완성작. 바이러스의 Pardon Me? EP의 히트 싱글인 ‘Take me there’는 전체적인 앨범 성격에 가장 맞지 않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훌륭한 곡이긴 하지만, 이 곡의 존재로 완벽한 Story telling album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입지가 조금 줄어들기 때문이다. MC Meta와의 Collaboration이상의 즐거움이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말이다. 소년에서 청년이 된 젊은이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완전한 힙합의 작법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2003년 이 앨범의 발매 전에는 들어볼 수 없는 수준이며, 개인적인 판단으론 이렇게 밀도 있는 Story Telling으로 가득한 앨범은 그 이후 역시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Virus` -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알고있던 두명의 이야기꾼. 꽤나 괜찮은 목소리와 Skill을 가진 MC는 많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알고, 한 앨범을 통해 그것을 표현해 낼 수 있는 MC들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이 랩을 위한 이야기를 하거나, 앨범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조합해 나간다는 말이다. 하지만 2003년의 Virus는 드물게도 감성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담아낼 기술과 영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Artist 개개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앨범제작 상황의 조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때, 그곳에, 그 이야기들과 Virus가 있었다는 상황에서만 이 앨범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EP는 다른 한국어 앨범들과는 다른 -특이할 정도로 다른- 아주 따뜻하고 상쾌하면서도 콧잔등이 시큰한 소리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Virus가 이뤄낸 업적이지만, 또 뛰어넘어야 할 그들의 어린시절로 부터의 유산이 아닌가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어른에 가까워졌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에는 새로운 삶에 대한 경험이 아직 적은 Virus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뛰어나고 다시 만들기도(흉내내기도) 어려운 앨범이 바로 이 ‘Pardon me?’이다. 이미 많은 리스너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EP이긴 하지만, 이번 재 발매를 통해 좀더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