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 Sebastian (O.S.T) - 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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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로 선댄스 영화제 그랑프리, <해피니스>로 칸 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한 토드 솔론즈의 신작 [스토리텔링]의 영화음악.
피아노, 트럼펫, 첼로 기타가 함께 어우러진 고급스런 선율 위에 풍자적이고, 냉소적인 가사가 얹혀진 아름다운 챔버팝의 세계.
2002년 6월 3일 전세계적으로 발매된 [Storytelling] 앨범은 평소에 벨 앤 세바스찬이 존경해온 영화감독 토드 솔론즈(Todd Solonz)의 동명 타이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계획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멤버들의 자발적 참여로 뒤늦게 탄생한 작품이다. 그것은 영화가 개봉되고 한참 후에야 비로소 사운드트랙이 나왔다는 점으로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인 영화 홍보용 사운드트랙과는 그 차원을 달리한다. 토드 솔론즈를 향한 순수한 오마주라고나 할까. 199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로 대상 트로피를 수상한 토드 솔론즈는, 뉴욕 출신의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유소년기의 체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발군의 역량을 보여온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2001년 블랙 코미디로 완성한 영화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최초 벨 앤 세바스찬은 오리지널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 이 영화 작업에 합류했다. 홈타운인 글래스고에서 데모를 만든 후 감독과의 교감을 위해 뉴욕으로까지 건너가 최종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최초의 영화음악 작업이었기에, 그 특수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까닭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가 완성된 후에도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던가 보다. 이에 따라 벨 앤 세바스찬은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다시 새로운 곡들을 쓰게 되었고, 그 결과물까지를 모두 담아 [Storytelling]을 완성했다고 한다. 물론 이 작품 역시 오랜 협력자인 토니 두건(Tony Doogan)이 밴드와 함께 공동 프로듀싱을 맡아주고 있다.
수록곡들은, 보컬트랙과 오리지널 스코어, 그리고 영화 대사 삽입의 3가지 종류로 나눠진다. 대부분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청명한 피아노와 섬세한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아련한 현학 섹션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메인 스코어인 `Fiction`은 총 3가지버전으로 변주되며 각각의 다양한 인상들을 남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앨범에서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4개의 보컬 트랙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쓰기 위해 준비했던 이 곡들은 각각의 영화 속 캐릭터들의 이미지에 맞게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스티브 잭슨(Stevie Jackson)의 하모니카 연주가 낭만적인 `Fuck This Shit`, 사라 마틴(Sarah Martin)이 송라이팅과 보컬 파트까지 맡아준 `Storytelling`, 세련되고 우아한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Big John Shaft`, 그리고 유일하게 영화 개봉 후 새롭게 만들었다는 `Black And White Unite`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음악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벨 앤 세바스찬의 기존 음악과 정서적 코드가 일치한다는 점은 반가운 부분이다. 더욱이 새롭게 발표된 보컬 트랙들이 보다 모던한 사운드와 세련된 보컬을 보였다는 점도 특색이다. 독립영화와 독립음악의 만남, 작가주의와 작가주의의 만남으로 기록될 이 뜻밖의 랑데부는, 제법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고 본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올해 펼쳐질 `글레스톤베리` 무대에 벨 앤 세바스찬이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이 메이저급 페스티벌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 자체가 영화음악의 참여 못지않게 이례적으로 비친다. 그만큼 벨 앤 세바스찬은 이제 지난날의 베일을 모두 거둬낸 채 당당한 자세로 우리 앞에 나설 용기를 얻은 듯 하다. 가급적 노출을 피하는 모습도 순수해서 보기 좋지만, 적당히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도 가히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자료제공: 알레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