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내 방송횟수 1위 히트곡 "Hanging By A Moment"의 주인공 Lifehouse의 2005년 새 앨범 [Lifehouse]
한번에 감기는 멜로디와 이를 둘러싼 섬세한 하모니. 다양한 악기가 제 소리를 내는 가운데 다양한 색감이 존재하지만 빡빡하지 않은 어우러짐이 걸작인 Lifehouse의 세 번째 앨범.
소박한 현악파트와 어쿠스틱 기타의 어울림이 회고적인 첫 싱글 "You And Me", 사색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Into The Sun" & "Walking Away" 등 총 13곡의 최상급 곡들 수록
*앨범 해설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번 앨범은 우리의 본모습"
성공적인 재기작!!! LIFEHOUSE
한치의 가식도 없는 진정한 그들을 만난다.
해마다 국내 음반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갈수록 상황은 악화일로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라이센스반 숫자에 한숨이 절로 나오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저조한 판매량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수십만 장, 수만 장대 판매량은 현재 수천 장, 혹은 수백 장, 혹은 수십 장 선에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아예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뮤지션의 역량이나 음악성도 더 이상 중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걸작이 무시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디지털 음원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아직까지 무료음원 천국인 국내에서는 시장이 채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 와중에 재빨리 국내에 모습을 드러내는 앨범들은 이유야 어찌됐건 살벌한 시장논리에서 살아남은 승자인 셈이다. 2000년을 강타했던 'Hanging By A Moment'의 주인공, 라이프하우스가 지난 3월 22일 신작을 발표했다. 전작의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진행되는 국내 발매 상황을 보면, 분명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01년 롤링스톤 지는 라이프하우스에게 '락앤롤 가스펠'이라는 표현을 썼다. 건전한 내용과 정직한 멜로디를 앞세운 데다, 말리부의 교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만큼 이들에게 적절한 표현이었다. 데뷔당시 약관의 나이였던 제이슨 웨이드(Jason Wade)의 작곡실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정도로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듣는, 연령을 초월해 교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일찌감치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교사를 부모로 둔 제이슨은 어린 시절을 하와이, 홍콩, 태국, 싱가포르, 일본 등지에서 자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부모의 이혼 후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인 서지오 앤드레이드(Sergio Andrade)를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 드러머 릭 울스텐훌름(Rick Woolstenhulme)까지 3인조로 시작한 아마추어 밴드는 교회의 록 밴드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라이프하우스의 시작은 이렇듯 미미했다.
하지만, 2000년 발표한 데뷔작 [No Name Face]는 1년도 되지 않아 백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매치박스 트웬티, 에버클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지나치게 모범생 타입이었는지 그 유명한 대표곡은 엉뚱한 제목으로 소개되기 일쑤였고, 심지어 밴드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진행자도 있었다. 어쨌든 'Hanging By A Moment'는 2001년 방송횟수 1위의 주인공이었다.
데뷔작의 성공은 2002년 서포모어 징크스로 이어졌다. 지나치게 무거운 사운드를 구사했던 두 번째 앨범은 기존의 팬에게도, 목표로 삼았던 얼터너티브 록 팬들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데뷔작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시점이라는 발매시기도 문제가 되었다. [No Name Face]가 지금까지 2백만 장 이상 판매된 데 비해 [Stanley Climbfall]은 완전한 참패를 기록, 멤버들의 충격은 심각했다. 서지오는 밴드를 떠났고, 제이슨은 솔로 활동을 고려했으며 릭은 다른 공연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미련이 남은 제이슨과 릭은 몇 개월 후 다시 머리를 맞댔다. 나락에 떨어졌던 라이프하우스는 그렇게 다시 살아났다. 신작의 첫 번째 변화라면 베이시스트 서지오를 대신해 AM 래디오(Am Radio) 출신의 브라이스 소더버그(Bryce Soderberg)가 합류했다는 점이다.
라이프하우스의 세 번째 앨범은 셀프타이틀. 완전히 새로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멤버들의 기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녹음은 메릴랜드에 위치한 프로듀서 존 알래지아(John Alagia)의 집에서 5주 동안 진행됐다. 알래지아는 존 메이어, 데이브 매튜스 밴드와 작업했던 인물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멤버들은 스튜디오에 들어가 그저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이 전부였다. 경제적 부담도, 시간 제한도 없는 자유롭고 간결한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신작의 느낌은 신선하고 개운하다. 과거에 비교되던 크리드나 펄 잼 등 그런지의 잔재보다는 미국식 록에 가까운 분방하고 낙낙한 사운드다. 한번에 감기는 멜로디와 이를 둘러싼 섬세한 하모니, B3 하몬드, 우쿨렐레, 비브라폰 등 다양한 악기가 제 소리를 내는 가운데 어우러진다. 다양한 색감이 존재하지만 빡빡하지 않다.
첫 싱글은 소박한 현악파트와 어쿠스틱 기타의 어울림이 회고적인 'You And Me'. 이 곡은 공개 즉시 미국 전역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집중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고, 4월 2일자 어덜트 톱 40 차트에서 14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귀에 착 감기는 리프와 열성적인 진행의 'Better Luck Next Time'이나 후렴구가 인상적인 'We'll Never Know', 절도있는 현악파트와 함께 우쿨렐레 사운드가 정겨운 'All In All', 경쾌한 진행의 'Days Go By' 등 대부분이 곡은 그간의 경험을 그린 곡들이다. 'Into The Sun'이나 'Walking Away'의 사색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등 한 곡 버릴 것이 없는 최상급 곡들이 라이프하우스의 회생을 알린다. 앨범에서 가장 독특한 분위기는 'Chapter One'. 비틀즈를 연상시키는 단정한 멜로디와 현악과 오르간이 어울린 사운드는 분명 획기적인 변화다.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Today'은 탄탄한 리듬섹션이 부각된 곡. 펑키한 베이스라인과 탄력적인 드러밍이 기존의 라이프하우스 곡에서는 찾기 힘든 색다름이다.
반갑게도, 라이프하우스는 [Stanley Climbfall]의 추락에서 회복했다. 버겁던 사운드의 무게도 덜었고 멜로디나 곡 구성도 한결 유연해졌다. 좋은 멜로디라는 기본 뼈대에 돋보이는 리프,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 홀가분한 분위기는 데뷔작을 능가할 정도다. 완벽한 좌절을 통한 정신적인 성장까지 동반한 신작은 그래서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밴드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스타일의 폭을 넓힌 변화. 포스트 그런지의 잔영이 거추장스럽기만 한 지금, 라이프하우스의 선택은 현명했다.
데뷔작으로 한창 상종가를 치고 있을 때 제이슨은 이렇게 말"이후 몇 년 동안 음악적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젊고 성장할 여지가 있으니까요." 여전히 젊고 성장가능성을 지닌 라이프하우스. 그들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세 번째 앨범은 분명 성공적인 재기작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