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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aria Evora - An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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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리아 에보라 , 그녀가 들려주는 아련한 삶의 이야기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그녀에게 음악적 재능을 물려주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의 나이는 아직 여덟 살도 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고향 민델로 항구 이곳 저곳의 선술집에서 노래해왔던 세자리아에게는 잃을 것이라고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족과의 이별, 사랑의 실패 그리고 그치지 않는 삶의 고통들. 이 모든 것을 위로해줄 것이라고는 `음악`뿐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음악`은 성공을 위한 수단도 명예를 위한 그 무엇도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결코 이룰 수 없을 행복의 그림자 혹은 삶 그 자체였을 뿐. 전 세계에서 4백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리고, 다섯 차례나 그래미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를 여행하며 공연을 갖고 있는 세자리아 에보라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감 넘치는 이웃집 아줌마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지난 8월 27일, 예순 한 살의 나이를 넘긴 세자리아 에보라에게는 `맨발의 디바`, `모나의 여왕`이라는 명예로운 칭호가 따른다.
월드뮤직의 미래, 앨범 [Anthology]
본 앨범 [Anthology]는 첫 앨범 [맨발의 디바]부터 지난 해 발범 [먼 곳에서 본 상 비센떼]까지 그 동안 발표된 여덟 장의 스튜디오 앨범 가운데서 발췌한 베스트 앨범의 성격을 지닌다. 또한 쎄자리아 에보라를 프랑스와 나아가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소속 레이블 Lusafrica의 창립 15주년을 자축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편집앨범이라고 해서 이제까지 발표된 앨범 가운데서 좋은 곡 몇 곡을 뽑아 넣었으려니 생각하는 것은 섣부르다. 첫 트랙, `sodade`는 앙골라의 월드뮤직 스타이자 세자리아의 절친한 친구인 Bonga와의 듀엣으로 새롭게 녹음된 것이다. 기타와 카바키뇨, 퍼커션의 환상적인 연주, 봉가의 걸쭉한 보컬과 허밍이 어우러지는 `sodade`, 이 곡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빛난다고 할 수 있다. 봉가는 이미 `Angola`란 곡을 세자리아에게 주어, 세자리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1997년에 녹음한 `Fidjo Maguado`와 2001년에 녹음한 `Fala pa fala`는 미발표곡으로 [Anthology]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트랙들이다. [Anthology]는 애상적 선율의 `모나`와 경쾌한 리듬의 `콜라데라(coladera)`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Carnaval de Sao Vicente`와 `Nho Antone Escaderode`는 콘서트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녀의 콜라데라 곡들이다. `Lua nha testemunha`와 `Cize`(세자리아 에보라의 애칭 `씨제`)는 그녀가 아끼는 모나들, 그리고 `Angola`, `Petit Pays`, `Sangue de Beirona`는 그녀의 대표적인 히트곡이자 가장 널리 사랑 받는 곡들이다. 세자리아 에보라는 미국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1992년 앨범 [Miss Perfumado]를 1998년에 미국에서 발매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악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프 베르데, 브라질, 쿠바의 음악을 뒤섞는 `끄레올 코즈모폴리타니즘(creole cosmopolitanism)`을 시도한 것이다. 이듬해 발표된 [Cafe Atlantico]는 그러한 첫 시도였다. 그리고 지난 해 앨범 [먼 곳에서 본 상 비센떼]에서 이러한 음악적 교류는 더욱 진전되었다. 쿠바의 대표적인 손 밴드 오르께스타 아라공과 피아니스트 츄초 발데스, 브라질의 싱어 송라이터 까에따노 벨로수 등이 참여한 이 앨범은 앞으로 세자리아 에보라의 음악적 행보가 `월드 사운드`의 창조에 있음을 예견하게 한다.
앨범 [Anthology]는 상 비센떼 출신의 `맨발의 디바`에서 이제는 월드스타로서 상 비센떼를 먼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세자리아 에보라의 드라마틱한 음악 여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세자리아 에보라의 미래와 월드뮤직의 미래를 은근한 기대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월드뮤직이 월드뮤직의 좁은 테두리를 넘어서 좀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세자리아 에보라의 [Antholgy]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