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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chbox 20 - More Than You Think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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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와 함께 이룩한 윈-윈 전략의 주인공
MATCHBOX TWENTY - More Than You Think You Are
"'More Than You Think You Are'라는 문구를 보며 그것이 너무 긍정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평소에 그런 생각을 잘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좀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다."(롭 토마스, 보컬)
매치박스 트웬티의 데뷔 앨범 [Yourself Or Someone Like You](1996)의 다이아몬드 획득―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에 수여되는 명칭―이나 롭 토마스가 작곡해준 산타나의 "Smooth" 메가히트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매치박스 트웬티, 더 정확히 말해 매치박스 트웬티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롭 토마스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루츠락이라는 음악이 가진 강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팝 음악과 락 음악의 본질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을 뿐더러, 그 둘을 (이질적으로 떨어놓지 않아도) 하나로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롭 토마스의 자신감은 2000년 발매한 [Mad Season]을 통해 이미 대략적으로 드러난 바 있지만, 사실 그 앨범은 루츠락 밴드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매치박스 트웬티의 신념이 남겨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나 목표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정이 내려지지 못했던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롭 토마스의 욕심은 굉장히 현실적이었고 자만과는 거리가 먼 종류의 것이었다. 단적으로, "Smooth"의 성공을 이끌어낸 [Supernatural]과 거의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는 산타나의 신보 [Shaman]에서도 롭 토마스를 향한 산타나의 러브콜은 꾸준히 있었지만, "나는 "Smooth"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좋아서 노래를 찾게되는 것을 원하지, 이전의 성공을 되풀이하려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며 단지 작곡에만 참여한 것을 보더라도, (롭 토마스가 작곡가로서 가진 자신감이란) 자기 스스로의 자존심과 결부된 문제이지 우리가 우려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전혀 아니라는 걸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Mad Season]의 제작 즈음부터 [More Than You Think You Are]에 이르는 기간 동안 산타나, 믹 재거, 윌리 넬슨 같은 각 장르계 거장들과 일련의 작업들을 함께 하며 작곡가로서의 다양한 표현법과 음악적 식견을 키워나갔고, 결국 그 노장들에게 '젊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한편, 자기 스스로는 '연륜'이 무엇인지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락 음악이 가진 깊은 맛을 우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총동원하여 매치박스 트웬티의 새 앨범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적어봐야 수백 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대형 락 밴드의 리더로서, 또 미국인이 존경하는 최고의 작곡가 상을 받은 유능한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진실 어리고 소박한 가사를 쓰는 서민들의 대변인으로서….
매치박스 트웬티의 새 앨범 [More Than You Think You Are]는 롭 토마스에게 집중되어 있는 대중의 관심을 밴드 자체에 맞추고자했음을 나타내는 곡들로 가득하다. 일단 작곡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매치 박스 트웬티는 '롭 토마스의 밴드'라는 인식이 강할 정도로 그의 의견이 전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다분했음이 분명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다른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 때문에 시선의 분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2집 앨범에서 롭 토마스와 함께 "Stop"을 공동 작곡한 바 있는 폴 도우셋(드럼)이 솔로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 두었던 "Could I Be You"를 본 앨범에 수록하고 있고, 기타리스트 카일 쿡 또한 "Feel", "Soul"의 작곡에 롭 토마스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이들은 모두가 보컬리스트, 기타리스트, 드러머라는 밴드 고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피아노, 신서사이저, 클라리넷 같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재능을 보임으로서 멀티-인스트루멘틀리스트로서의 역량도 과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커다란 특징이라면 보다 자연스런 사운드를 뽑아내기 위해 노력한 밴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롭 토마스는 신작의 방향에 대한 인터뷰에서 "기타 사운드를 정말 기타처럼, 드럼 사운드를 정말 드럼처럼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이번 앨범이 최대한 자연스런 질감으로 녹음될 것임을 얘기해왔다. 그는 알이엠과 제프 버클리, 패티 스미쓰의 앨범들을 제작했던 '베어스빌 스튜디오(Bearsville Studios)'로 들어가,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에 들리는 모든 소리들을 (부자연스런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았다. 방음시설이 잘 되어있는 스튜디오 녹음실에 울려 퍼지는 모든 악기의 파동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고심했다는 그는, 이번 앨범이야말로 밴드가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사운드에 대한 깊은 만족의 표시를 했다. 멤버들의 천부적 재능과 사운드상의 하이 퀄리티. 이것이야말로 '좋은 앨범'을 위한 기본 요건이 아닐까?
[More Than You Think You Are] 앨범 자체에 드러난 표면적 특징은 '루츠락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여기에는 믹 재거의 근작 [Goddess In The Doorway]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전체적인 곡 분위기가 매치박스 트웬티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롭 토마스에게 양보―믹 재거와 롭 토마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했다고 밝히고 있는 "Disease"를 첫 싱글로 하여, 각각의 곡이 자신만의 분위기를 뽐내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Disease"는 "Smooth"와 흡사한 코드, 멜로디, 템포, 창법으로 인해 의도적인 히트를 노리고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어본다면 다소 텁텁해 보이는 올드 뮤직 사운드와 현대적 댄스 그루브 리듬을 얹어 전체적으로 감각적인 느낌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치박스 트웬티에 대한 초창기 이미지는 분명히 "Push"였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이들도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 그 외, 첫 곡으로 흐르는 "Feel"은 컬렉티브 소울을 연상케 하는 헤비 그루브가 전체적인 진행을 맡고 있는 곡으로 '매치박스 트웬티식 그런지'로 봐도 좋을 것 같으며, "Bright Lights"는 보다 내면적인 사운드로 깊이 들어가려 하는 밴드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뒤를 잇는 "Unwell"은 밴조를 이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에어 플레이용 곡이고, "Cold"는 깨끗하게 커팅된 기타 연주와 모노톤의 무그 연주가 귀를 잡아끄는 곡이다.
과거의 것을 되살려 현대적으로 완성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롭 토마스 때문에 귀에 익은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All I Need"를 지나면, 레트로 사운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이완작용으로서의 연주를 들려주는 "Hand Me Down"이 이어진다. 잔잔한 딜레이를 이용하여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기타 연주나 저 멀리서 신기루처럼 들려오는 무그 신서서이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더욱 좋을 듯. 중반을 넘어서면서 매치박스 트웬티는 폴 도우셋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Could I Be You"를 꺼내온다. 이 곡은 지금까지 매치박스 트웬티가 쌓아놓은 그룹 이미지―'롭 토마스의 밴드'라는 인식―와는 다르게 폴 도우셋이 작곡에서부터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클라리넷에 이르는 주요 악기까지 모두 도맡아 연주하며 거의 모든 부분에서 '탈(脫)매치박스 트웬티'를 외친 곡이지만, 의외로 그 결과물이 다른 곡들보다 매치박스 트웬티답게 나와버렸다는 게 특징이다. "Downfall"은 앨범에서 가장 의외라고 느껴지는 곡으로 중반을 넘어서면 두터운 성가대의 코러스가 집중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미국인의 감성을 우려낼 수 있는 밴드로서 이들은 가장 많은 미국인을 설득할 수 있는 가스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Soul"은 매치박스 트웬티 멤버 전원이 코러스 파트에 참여하고 있는 곡으로 완급조절에 있어서의 능숙함이 돋보이며, "You're So Real"은 롭 토마스와 함께 이번 앨범의 일등공신으로 추천할 수 있는 폴 도우셋이 멜로트론까지 연주하는 대범함을 보여준 곡이다. 무그나 멜로트론 같은 악기는 프로그레시브락이 전성기를 누렸던 1970년대에는 흔히 찾아볼 수 있던 아이템이지만, 신서사이저의 발달로 인해 현재는 거의 들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영국 밴드가 아니라 미국 밴드이지 않던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The Difference"는 일렉트릭 악기가 '중심'―포크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쿠스틱 기타만 한 대 들고 컨트리 풍의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을 이루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완전한 모던 포크로 봐도 좋을 정도로 차분하게 앨범을 끝맺음하고 있다…고 말하면 무지 섭섭하겠지? "The Difference"의 여운이 채 식기도 전에 바로 이어서 등장하는 히든트랙 "So Sad So Lonely"는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신나는 음악이나 들어보자며 기분을 풀어주고 있다.
매치박스 트웬티는 한정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근의 메인스트림 락 밴드들이 가진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너와 나, 서로 같이 크자'는 윈-윈 전략을 주도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밴드이다. 자기 음악에 대한 자존심과 남의 음악에 대한 존중심을 동시에 떠 안을 줄 아는 천재 뮤지션 롭 토마스가 바라는 매치박스 트웬티의 이상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2003년 지금 [More Than You Think You Are]를 통해 '루츠락'이 아닌 '락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 몇 년 후 '락 음악'이 아닌 '매치박스 트웬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한번 발전할 그들의 네 번째 앨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