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선택한 펑크 밴드, 대중이 간과한 펑크 넘버
GREEN DAY - 『Shenanigans』
<네오 펑크의 기수>나 <네오 펑크의 대표자>같은 비유는 이제 그린 데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칭호가 되어버렸다. 1997년 발표한 『Nimrod』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그린 데이의 변화는 『Warning』에 이르러 본격적인 양상을 띄게 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후반 들어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음악은 “이제 그린 데이는 펑크만을 연주하지 않아!”라고 외치는 듯한 ‘펑크 탈피’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No More Punk Rock!’을 외치는 그린 데이를 두고 아직까지 여전히 그들을 펑크의 테두리 안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애초에 그린 데이의 시작이 펑크였다는 태생적 이미지 그리고 (아무리 탈 펑크를 주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펑크 밴드로서의 이미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리라.
2001년 발매한 베스트 컴필레이션 앨범 『International Superhits!』가 그야말로 ‘그린 데이 본전(本傳)’에 수록된 알짜배기들만 모아놓은 입문서였다면, 이제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발매되는 『Shenanigans』는 본전에서 누락되어 싱글반 B-사이드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미발표곡들이 가득한 ‘그린 데이 외전(外傳)’이라 부를 만하다. 아무래도 밴드의 현재 음악 성향을 살펴볼 수 있는 정규 앨범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발표해온 곡들을 추려놓은 B-사이드 모음집이다보니 각각의 수록곡에 대한 얘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으며, 단지 그린 데이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싱글들과 EP를 정리해 『Shenanigans』가 어디에서 추출된 음원으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참고해야할 점이라면, 'Espionage'는 보컬이 삽입되지 않은 연주곡으로 영화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었던 곡이고, 'Tired Of Waiting'은 킹크스(The Kinks)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데뷔한지 이미 15년을 지나며 대중에게 가장 사랑 받는 펑크 밴드로서 기반을 다진 그린 데이는 이제 『Shenanigans』를 통해 그동안 대중에게 들려주지 못했던 곡들을 다시 한번 들어보라고 정식으로(!) 권유하고 있다. ‘A-사이드를 뛰어넘는 B-사이드는 없다’라는 설이 시대와 장르를 초월하여 항상 적용되는 말인지, 아니면 ‘A-사이드 못지 않은 B-사이드도 양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하는지, 이제 여러분은 이 음반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가? 답은 ‘역시나’인가 아니면 ‘의외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