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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l Zaza - Two Hands, One Heart + Thrills & Chills [Deluxe Edition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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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 기타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는 믿음"
-그러한 믿음을 전도하는 뮤즈의 전령사 NEIL ZAZA
◆ 주절거리며 시작하기
그야말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불을 뿜듯 작열하는 화려한 솔로잉을 들려주던, 우리 지난날의 기타의 영웅들은 점차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사회·예술 전반에 불어 닥친 포스트모더니즘의 형식파괴와 구성주의, 그리고 복고주의 열풍은 당시 철옹성과도 같았던 기타음악, 즉 논리와 형식을 중시, 엘리트주의를 추구하던 기타 중심의 락 음악 트랜드를 완전히 역전시키며, 카툰적이고 고민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의 마초문화에 반기를 들며 메틀밴드의 캐릭터를 멸종 시키기 시작했다. 역시나 어제와 다른 새로운 그루피들과 자고있던 우리의 메틀 히어로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고만 것이다. 시대는 음악을 포함한 예술과 현실간의 괴리감을 축소시키고자 대중의 본격적인 교류와 참여를 요구하였고, 더불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플럭서스 운동의 기치는 적어도 음악에서만큼은 탈 장르화와 "대안(alternative)"이라는 빛깔 좋은 "신포도성"이벤트로 조장되어 거대 상업자본과 결탁한 인산인해의 쓰리코드 저능아(물론 상대적으로 좋은 밴드가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들을 양산 한 채 기타음악을 단숨에 아카데믹한 매니아들 만을 위한 "소수문화"로서 곡해 시켜버렸다. 오버센스일지는 모르지만 마치 신을 위해 존재했던 중세시대의 형식주의를 타파하며 자유로운 사상과 인본주의를 표방했던 르네상스가 실제로는 치열했던 자본주의 역할을 대변했었다는 새로운 주장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니라면 역사는 순환하는 것인가.
잡설이 길었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기타음악, 특히 솔로 플레이어를 위한 음악은 "거의 죽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사양 길을 걷고있는 형편이다. 팝씬과 그다지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 메인스트림 락씬을 흡수하고 있는 현 시점의 대중은 긴 기타솔로가 들어간 밴드의 음악을 외면하고 있으며 앨범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던 A급 레벨의 기타 비르투오소인 Joe Satriani, Steve Vai 등도 세일즈 면에서 사이 좋게 동반 추락하는 실정이라 더 이상 낙관할 만한 처지도 아니다. 그 밖의 기타리스트의 경우에는 앨범 낼 때마다 레코드사의 눈치를 살펴야 할만큼 미운 털 박힌 오리가 되어버렸다. 행여 발매된다 하더라도 그나마 꾸준한 생명력을 지속하고 있는 기타음악 매니아들과 뮤지션들 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따금씩 미국이란 나라가 야속할 때가 있다. Hammerfall과 Manowar가 차트에 등장하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효과적인 용광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점이 그러한데, 특히 연주자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뜻을 펼치며 정체성을 논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다. 턱없이 편중된 유행으로 말미암아 여타 음악에 대한 수용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Steve Vai가 연주인 들을 위한 Favored Nations라는 멋진 레이블을 설립하여 한 때를 풍미한 바 있는 기타레코딩이나 슈라프넬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예전의 그 휘황찬란했던 이름 값들이 아까울 정도로 팬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기도 하다.
◆ 풍문으로 어느새 다가온 뜨거운 그 이름 NEIL ZAZA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이러한 암울한 형국에 의아할 정도로 지속적인 상향곡선을 타고 있는 기타리스트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Neil Zaza이다.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이 하향곡선을 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Neil Zaza는 분명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며 기타 인스트루멘틀이 아직 살아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현상"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물론 그를 기타의 미래나 희망으로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Neil Zaza의 괄목할만한 활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 기타리스트 중 단일 팬 카페 회원수가 Steve Vai에 이어서 2위, 인스트루멘틀임에도 불구하고 보컬이 있는 밴드음악을 넘어선 높은 앨범 판매고, 락 기타리스트로서는 드물게도 전작의 라이센스화, 성황리에 마친 부산 락 페스티벌에서의 공연, 라디오프로그램 단골 리퀘스트 등은 Neil Zaza의 인기를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때문에 Neil Zaza는 더 이상 국내 락 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며 합본반인 본작을 구매한 이들도 여타작품을 접하며 그의 이름만을 믿고 선택한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아시다시피 Neil Zaza는 홍보자본을 대규모로 융통할 수 있는 오버그라운드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소한의 매체의 활용만으로도 Neil Zaza는 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명 기타리스트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無에서 有를 창조한 그의 힘이었다. 리스너들의 솔직한 귀는 매체의 홍보력보다 냉철하고 강하다. 팬들의 자진 정화작업을 거친 옥석과 같은 신뢰는 비주류 아티스트의 생명과도 직결되는데 Neil Zaza는 이 모든 과정에서 합격점을 받았기에 지금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1집과 2집에는 Neil Zaza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녹아 들어가 있다. 때문에 일일이 들추어 말할 내용도 상당히 많다. 네오 클래식, 블루스, 펑크(funk), 메틀, 팝 등 그는 거의 전 장르를 누빈다. 알려진 바대로 Eddie Van Halen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Neil은 초창기부터 자신만의 오리지널을 형성하려고 했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전문 연주인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테크닉 이상의 부합점을 찾지 않았다. 80년대 말 출현했던 걸출한 선배들인 Blues Saraceno나 Richie Kotzen, Michael Lee Firkins, 밴드 멤버로는 Nuno Bettencourt나 Zakk Wylde, Andy Timmons, Paul Gilbert 등이 그러했고 또한 그들 각자가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최고의 길을 걷고 있을 무렵 Neil은 90년대 등장한 테크니션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지니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멜로디메이커로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자 했다.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뜨거운 필을 지닌 연주의 대가들인 Neal Schon과 Michael Schenker에 대한 흠모는 "기타리스트 Neil Zaza"라는 명함을 당당히 가질 수 있었던 키워드인 셈이다.
그리고 Neil Zaza는 리듬에 관심이 많은 연주자이다. 역동적인 비트와 잼을 사랑하는 그는 자연히 동물적인 율동감을 지녔으며 라이브의 에너지를 촉진시키는 흑인음악 가운데서도 펑크(funk)로부터 감화되었다. 초기 작 가운데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펑크 밴드 Dan Reed Network과 고전적인 펑크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알현하고 있기도 하다.
앨범이야기로 가보자. 데뷔앨범「Two Hands, One Heart」와 두 번째 앨범「Thrills & Chills」로 구성된 합본인 본 작은 "젊은 청년 Neil"의 혈기왕성 했던 시절을 들려주고 있다. 팬으로서는 축하할만한 일들이 많은데「Two Hands, One Heart」가 오리지널 커버로 발매된다는 점이다. 데뷔작은 테크니컬 기타리스트 David T Chastain이 경영하던 레이블인 리바이어던에서 발표된바 있는데 (현재는 도산한) 일본내의 Zero와 계약하여 라이센스를 발표했던 국내 모레코드사의 커버는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원상복구 되었다. 게다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내용의 보너스트랙과 한국 팬들만을 위한 육성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점도 메리트이지만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서 고가로 유통되고 있는 펑크 프로젝트「Ten Zen Men」외에 1, 2집은 현재 외국에서 절판 된 상태 여서 이번 라이센스가 Neil Zaza 컬렉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 농담과 같은 진심 - The 1st Album 「Two Hands, One Heart」
우선「Two Hands, One Heart」의 첫 곡 "Climp The Alps"를 사전에 어떤 정보도 없이 듣는다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기교에 심취했던 당시 Neil Zaza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곡으로서 전투적인 성격을 지닌 스윕 피킹 위주의 순도 90%의 바로크 메틀을 연주하고 있는데 그가 이 정도로 Yngwie의 영향권에 있는 연주를 했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다.
"42 Bolt On St."은 발상 자체가 참으로 기발한 곡이다. 진지한 맛은 다소 결여되었지만 Neil의 잡식성향은 충분히 신선하다. 하이든의 놀람기법 이라고까지 하면 지나친 비유겠지만 고전적인 스타일의 스윕 인트로에 이어 난데없이 펑키한 리듬을 근간으로 팝적인 멜로디를 다변적으로 해석한 연주는 어느 정도 승산 있는 반전효과를 노리고 있다.
"Funkin' Sheriff Full Of The Led"는 현대화된 블루스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일견 Blues Saraceno의 연주와 흡사한 면도 있지만 Neil Zaza의 연주는 정교한 양손의 밸런스를 바탕으로 공식처럼 꽉 짜여진 진행을 들려주는 Blues의 연주보다 즉흥적인 구석이 상당히 많다. 이는 데뷔작인 본 작을 포함한 초기작들의 특기할만한 점이다. 다소 입체감이 없는 녹음상의 한계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초기작들은 라이브 매니악스를 위한 앨범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만큼 섬세한 연주보다는 거칠다 해도 필이 살아있는 연주를 위주로 하고 있다. Neil Zaza가 잼 등의 라이브에 강하다는 점은 5일 만에 모든 것을 완성했었다는 Ten Zen Men과 테크니션 트리오의 아카데믹한 라이브 퍼포먼스의 통쾌할만한 진수를 들려준 실황 마스터피스「Snap, Crackle & Pop...Live!」가 이미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Faith"는 심야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곡이기도 하다. Neil Zaza는 이 곡을 녹음할 당시 필을 아주 제대로 받았다는 느낌이다. 전반부의 서스테인이나 음의 끝 매무새처리가 Satriani적인 냄새가 강하며 모범생처럼 조심스레 자잘한 뉘앙스 하나에도 철저히 계산된 연주를 펼치고 있다. 1집의 전반적인 경향은 타 작품에 비해 장난기가 농후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곡은 펑크야, 이 곡은 바로크메틀이야"라고 단정짓기 곤란할 정도로 한 개의 트랙 안에서도 장르간 벽을 와해하며 마음껏 믹스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퓨전화는 음악스타일에 있어서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 해도 탐욕적일 만큼 드라마틱하며 변화무쌍한 구성력의 귀재인 Mr. Bungle을 연상시킬 만큼 영악스럽기도 한데, 모르고 듣는다면 트랙이 넘어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정도다. 물론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음악에 대해 독특한 시각의 오픈마인드를 지닌 Neil Zaza의 풍성한 음악적 독해력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른 반영하듯 후반부에서 펑키한 연주 이후 Neil Zaza의 전광석화와 같은 어쿠스틱 기타솜씨를 감상할 수 있다. 이내 플레이 되는 연속적인 두 곡은 재치 있는 장난기가 발휘되기도 했지만 선배 뮤지션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로서 트리뷰트 성격과 아주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Geronajoe"는 라이브테이크 다운 자유분방함과 시종일관 리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멜로디와 테크닉을 분리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에 포인트를 줄만한 곡이다. 부클릿에 "Zepplin part"(오리지널 부클릿에서조차 Zeppelin의 "e"가 빠져있는 점이 눈에 띈다)라고 언급하고 있는 곳에서는 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에서 Robert Plant가 타잔처럼 "아아아~"하는 부분을 기타연주로 삽입하기도 했다. "Hat's Off To You"는 Neil Zaza가 자신으로 하여금 기타를 잡게 만든 장본인인 Eddie Van Halen에 대한 존경심이 발휘된 듯한 곡으로 트레몰로 바를 사용하는 유사한 타이밍을 비롯하여 음을 굴절시키는 깊이마저 마치 Eddie의 손버릇처럼 응용하여 재치 있게 연주하고 있다. "Geronajoe"처럼 여기서는 Jimi Hendrix의 "The Wind Cries Mary"에서 Eb-E-F로 이루어진 프레이즈를 두 마디 첨가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데뷔작에서의 기타 톤이 곡과 가장 잘 매치되는 트랙이 아닌가 한다. 라디오 시그널로 사용된 네오 클래시컬 넘버 "...Like It's Going Outta Style"에 이어지는 어쿠스틱 소품인 "Right Here"는 Neil Zaza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서정적인 멜로디 테마를 지닌 곡인데 견실한 내용에 비해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Tobaber"처럼 후 일에 확장버전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Woody's Revenge"는 "나무의 복수"라는 우스꽝스런 제목의 배경에는 녹음당시 후반부의 Neil의 연주가 마치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초기시절 취향을 반영하는 곡으로 80년대 한창 테크니컬한 연주에 빠졌던 기타리스트답게 풀피킹 보다는 왼손을 이용한 날렵한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Miller's Atomic Mood Swing"은 슈라프넬의 사장이자 전도가 유망한 기타리스트들을 발굴하는데 앞장선 바 있는 Mike Varney가 기획한 컴필레이션 앨범 「Guitar on the Edge, Vol. 2」에 수록된 곡으로서 Neil Zaza의 실질적인 데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1940년대 빅 밴드 스윙시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Glenn Miller 악단의 버전으로 가장 잘 알려진 "In The Mood"의 커버곡이기도 하다. 리트로 스윙의 아이콘 Brian Setzer가 "Gettin' In The Mood"란 타이틀로 연주한 바 있으며 이른바 이 곡에 대한 수많은 커버 퍼레이드가 있어왔지만 Neil Zaza도 빅 밴드 스타일 반주에 맞추어 원곡이 지니는 흥겨움을 최대한 살리려 하고 있으며, 자기 색깔을 집어넣는데 게을리 하지 않고 가공할만한 스피드로 음표를 쏟아 붓고 있다.
"Tobaber"는 본작에서 "Faith"와 더불어 탁월한 멜로디메이커로서의 Neil Zaza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곡이기도 하다. 피크를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스트링을 잡아뜯어 지판을 때리듯이 연주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공명감과 억양이 있고 또랑또랑한 음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간의 관계에 부딪히는 인생에 대한 관조를 담은 사색적인 곡이다. 돌아오는 2집에서 이 곡은 익스팬션 버전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국내반 보너스트랙인 "Sleepwalk"은 Jeff Beck, Brian Setzer도 커버한 바 있지만 Larry Carlton으로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다. 때문에 감성적인 연주에 특기를 지닌 Neil Zaza가 "Sleepwalk"를 과연 어떤 식으로 해석했을지 궁금해 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Larry Carlton과 Neil Zaza의 연주를 비교해본다면 과연 편곡이란 것이 작사나 작곡 외에 곡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 가를 짐작케 한다. (여담이지만 Boz Scaggs 원곡 "We're All Alone"의 Bob James 커버는 편곡 미학의 극치라고 할 수 있겠다.) Larry Carlton의 손길이 연민과 쓸쓸함에 대해서 토로한다면, Neil Zaza의 그것은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듯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인 주관으로 "Faith"에서의 어쿠스틱한 건반 음원이 기타와 다소 마찰을 일으켰다라고 한다면 "Sleepwalk"에서의 올갠 하모니가 뒤섞인 서던·루츠락 풍의 백업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절묘한 앙상블을 연출하고야 만다.
◆ 내가 세상을 보는 처녀비행 - The 2nd Album 「Thrills & Chills」
익살스런 카툰 커버로 Neil Zaza가 슈퍼맨복장을 하며 비행을 하고 있는 두 번째 앨범 「Thrills & Chills」에서 Neil은 노력하는 기타리스트에게 따르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데뷔작에 비해 여유라는 안정감과 더불어 자신만의 소리를 표현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보고 있다. 비록 전작 후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선보이는 앨범이기는 하지만 그는 많은 것을 버렸고 또한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Thrills & Chills」가 거둬들인 대표적인 미덕은 바로 기교를 위한 곡이 아닌 곡을 위한 기교이다. 이는 Neil Zaza의 기타세계에 있어 큰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는데 하드웨어적으로 분석하던 기타를 머리와 가슴의 쌍방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확대하였고 그 소일거리로서 가장 먼저 테크닉과 멜로디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용을 통해 의욕과 종이 한 장 차이인 창작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서 「Thrills & Chills」부터 강화되고 있는 회화적인 기타세계는 걸작인 「Sing」과 「Staring At The Sun」에 이르러 완성을 거두기 위한 직접적인 전초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각종 동물들의 코믹한 소리와 함께 푸념 섞인 목소리의 여자가 이내 Neil Zaza를 소개하며 첫 곡 "The Joof"가 연주된다. 리듬도 흥겹고 상당히 헤비한 리프웍을 지니고 있는데 2집 전반적으로 전작에서 간과되었던 디스트를 먹인 리듬기타파트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소독스한 패턴이 지배적이지만 현대적인 세련미로 올드한 맛을 일축 시키고있는데 사용하는 제품은 다르지만 와우페달을 비롯한 이펙팅 방식에 있어서나 솔로잉이 Joe Satriani와 상당히 흡사하다. Neil Zaza는 결코 어설픈 성격의 노래는 만들지 않는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처럼 미디움 템포의 발라드라면 철저히 감성적인 면을 공략하며 펑키한 비트의 빠른 곡을 연주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성적인 힘이 물씬 풍기는 공격적이며 경쾌한 연주를 들려준다. 게다가 Neil Zaza의 곡들은 공연을 의식한 듯이 대부분 라이브 필이 대단히 강하기도 하다. 이로 인해 Neil Zaza는 스튜디오 앨범이상으로 라이브가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Ground Zero"는 예전의 정형화된 리듬 브레이크에서 한층 그루브를 강조하고있기도 하지만 Neil의 주특기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멜로디로 유유자적하게 리듬을 타는 바운스감이 벌써부터 대가의 풍미가 전해질 정도다. 하모나이즈나 다운 업 밴딩이나 모두 교과서라 칭할 수 있을 만큼 깊고 섬세하며 군더더기 없는 태핑 실력은 빈틈없이 꽉 차있는 연주가 무엇인지 제대로 들려준다. 「Sing」의 마지막 수록곡으로서 라이브로 실려 Neil Zaza 팬들의 수많은 눈물을 훔치며 감동을 전했던 "Melodia"는 제목처럼 멜로디의 수려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전형적인 Neil Zaza 전매특허 넘버다. 크레딧을 보면 프로듀서를 맞았던 Michael Morales이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하며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Neil Zaza가 "Melodic Machine"이라고까지 일컬으며 작곡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 가르침을 전해준 Michael은 「Staring At The Sun」에 참여했던 Ross Valory, Steve Smith와 함께 Neil Zaza의 절대적인 은인일 것이다. "The Champ"는 메인리프만 듣고서는 Steve Salas의 연주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며 Neil Zaza의 수많은 펑크(funk)연주 가운데서도 단도직입적으로 Stevie Wonder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곡이기도 하다. 이후에 Neil Zaza는 「Snap, Crackle & Pop...Live!」에서 Stevie Wonder 커버로 "I Wish"를 연주하기도 했다. 데뷔작에 실린 것과 동명의 곡으로서 업데이트 버전인 "Tobaber"는 기존의 클린톤으로 연주되던 파트를 여분의 솔로연주를 더해 강렬한 디스트 사운드로 재구성했다. 자연을 벗삼아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술과 담배를 전혀 안 하는 그이지만 음악에 취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절제하고 격정 어린 뜨거운 필을 들려주는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땀을 쥐게 만들고 있다. 앞선 펑크 트랙들의 동어 반복적인 "Red Meat"에 이어지는 "Higher And Higher"는 이례적으로 헤어메틀 시절을 상기시키는 파퓰러한 8비트 리프가 주도하고 있는데 다음에 이어지는 무제 곡 ""Untitled""과 함께 초기 시절과 현재의 모습을 양분하는데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하는 곡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데, 마치 입으로 노래를 부르듯이 진행되는 향후 Neil Zaza 발라드의 특징을 명백하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Neil Zaza 자신마저도 들을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며 청자의 입장에서 의미를 부여하도록 설명하고 있는 ""Untitled""의 어둡지만 깊고 고요한 내면의 울림은 격한 필이 아니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곡이라고 여겨진다. 경쾌한 기타배킹의 "Ain't No Thang"은 코드만 가지고 얻어낸 잼 연주곡이라고 한다. 대학에서 3년간이나 클래식기타를 전공한 덕에 탄탄한 기본기를 지닌 Neil Zaza는 "Haunt"에서 요즘 세태에서 일렉기타 연주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어쿠스틱 기타에도 발군의 기량을 들려준다. 마지막 곡이자 보너스트랙인 "Town Without Pity"는 올디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Gene Pitney의 커버곡이다. 보너스트랙이자 커버 곡임에도 불구하고 데뷔작에 수록된 "Sleepwalk"와 "Town Without Pity"가 워낙에 원곡이 지닌 출중한 멜로디 탓도 있겠지만 그에 무색하리만치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지니고 있어 국내팬 취향인 "Faith", "Tobaber", "Melodia", 그리고 ""Untitled"" 등의 오리지널수록 곡들에 못지 않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 맺으며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Two Hands, One Heart」와 「Thrills & Chills」는 기타리스트 Neil Zaza라는 뚜렷한 궤적을 남기며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성토한 「Sing」이나 질적으로 메이저화 된 기타 마스터피스로서 Neil Zaza 개인은 물론이고 대내외적으로도 궁극의 완성작 이라며 찬사를 얻고 있는「Staring At The Sun」보다 레코딩 퀄리티에 부합하는 앨범의 기술적인 완성도면에서나 연주 상에서나 미흡한 과도기의 작품 임이기는 하다. 물론 데뷔작부터 완벽함을 보여준 기타의 명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첫 번째 릴리즈가 세션이 아닌 솔로작으로 등장한 대부분의 레코딩 경험이 없는 뮤지션들이 그러하듯 낯 설은 스튜디오 장비와 씨름하며 정해진 시간에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잼 형식의 곡이 많다는 것은 이러한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예상하게 해준다. 잠재된 능력을 100% 발휘하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고자 하는 의욕적인 면이 눈에 띄는데 종합선물세트 격으로 다양한 범위의 음악적 컬러를 수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와 비교해서 초기 작들은 주로 리듬을 위주로 편성되었는데, 펑크(funk)는 템포의 중추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데뷔작도 그러하지만 특히, 2집「Thrills & Chills」에서는 펑크 기반의 밴드인 Dan Reed Network의 건반주자인 Blake Sakamoto을 참여 시켜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펑크에 대한 집념은 차후에 발표되는 3집과 4집에서 그 비율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방편으로서 개인 솔로앨범이 아닌 Ten Zen Men이라는 밴드형식의 한시적 트리오를 통해 펑크에 대한 여분의 욕심을 채워 실현하기도 했다. 「Thrills & Chills」(93)와 「Sing」(96)간에 3년간의 공백이 있었듯 기타 사운드 메이킹도 달라졌다. 각종 기타 악서세리를 비롯한 스튜디오 기자재 공부에 열을 올리며 최근에는 홈레코딩 시스템을 갖춘 그답게 과거에 투박하게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맛이 나는 이펙팅 방식에서 벗어나 3, 4집에서는 Eric Johnson의 내츄럴한 기타톤을 떠올리게 만들만큼 영롱하고 자연스런 음색을 만들어주고 있기도 하다. 물론 Neil Zaza는 아날로그 기재를 선호하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툴에 대한 각고의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기계의 응용화 한 힘을 빌어 디지털 방식으로 생톤에 가까운 원음 재생 효과를 창출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그리하여 마치 뉴에이지 다운 심상을 전해주는 Neil Zaza의 평온하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서정성은 그의 고향인 클리블랜드 농촌의 자연과 닮아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Neil Zaza는 보여줄 것이 많은 기타리스트이다. Neil이 데뷔하던 시기까지만 해도 우후죽순처럼 고도의 기교로 무장한 테크니션들이 등장했었지만 그들 가운데 지금까지 우리의 가슴속에 남는 연주자들은 단지 극소수일 뿐이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신 조류에 함몰되는 음악계를 지키며 험난한 여정을 거친 Neil Zaza라는 뮤지션의 기나긴 발자취는 기능 위주의 기타선수와 창의적인 뮤지션들의 모호했던 관계를 명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모범적인 잣대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 잣대는 분명 테크닉과 멜로디, 다시 말해 기교가 적절하게 뒷받침된 송라이팅 만이 악기에서 화염을 뽑아내는 기타의 장인들이 고민해야 할 상아탑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그가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는 점만은 틀림없다. 최고의 멜로딕 플레이어로서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평범함 속의 비범한 외유내강의 기타세계로 우리를 울리고 마는 뜨거운 두 손과 가슴(two hands, one heart)을 가진 미스터 멜로디마스터 Neil Zaza!!!
차후 발표될 예정인 체코 프라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앨범이 무척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