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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ddle Of Mudd - Come C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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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모던락 차트 1위의 “Blurry”가 수록된 PUDDLE OF MUDD - Come Clean
런-디엠씨(Run-D.M.C.),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페이쓰 노 모어(Faith No More), 앤쓰랙스(Anthrax), 헬멧(Helmet) 등이 발화해,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과 콘(Korn), 데프톤즈(Deftones), 콜 챔버(Coal Chamber), 오렌지 9mm(Orange 9mm), 맨홀(Manhole), 클로우핑거(Clawfinger) 등이 가꿔놓은 랩코어/뉴메틀 씬은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라는 거대 밴드로 말미암아 최종적인 열매를 맺게 되었다. 1990년대를 넘어가며 힙합과 메틀은 하나의 자웅동체로서 생존을 함께 하는 운명을 지니게되었고, 이제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현시대 대중음악의 주요 화두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스타성과 대중성, 음악성의 3요소가 교묘히 맞물리며 ‘최고의 몸값 밴드’로 소문난 림프 비즈킷은 처음 데뷔할 당시 ‘콘의 후광을 받은 썩 잘하는 밴드’ 정도로만 평가받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낼 즈음엔 이미 콘보다 더 큰 몸집을 지닌 거물로 성장해 있었다. 그러나, 운수대통 밴드의 성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 규모 메이저 음반사인 유니버설 산하의 영향력 있는 레이블 ‘Interscope’에 림프 비즈킷의 프론트맨 Fred Durst가 부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밴드와 레이블간의 불가분의 관계―보통의 경우, 밴드가 레이블의 일방적인 계약에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에 한번이라도 골머리를 썩혀보지 않은 뮤지션이 어디 있겠는가! 밴드와 레이블이 동일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밴드에게 최상의 조건으로 작용했고, 이후 림프 비즈킷의 내실은 꾸준히 탄탄해져갔다. 1997년 정식 데뷔작을 발매한 이들은 1998년에 이미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커나갔고, 1999년에는 중견 아닌 중견으로서 신인 밴드의 발굴에까지 손을 뻗쳤다.
프레드 더스트는 참신한 실력을 가진 신인을 찾기 시작했고, 감성 어린 목소리와 헤비한 기타 리프를 앞세워 미국인의 취향에 잘 부합되는 포스트 그런지를 추구했던 스테인드(Staind)를 그 첫 타자로 지명했다. 당시 스테인드는 이제 막 음악계에 입문―활동시기가 아니라 음반을 발표한 경력으로서―한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보다 앞으로의 장래성을 더 높이샀던 프레드 더스트의 선견지명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갔으며, 이는 (림프 비즈킷의 경우처럼 데뷔작에서 ‘림프 비즈킷의 후광을 받은 썩 잘하는 밴드’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스테인드 역시) 후에 “Outside”와 “It’s Been Awhile”의 빌보드차트 석권으로 충분히 가시화된다. 스테인드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프레드 더스트는 후배 양성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확고히 했으며, 이미 오래 전부터 그 후속타로 준비하고 있던 퍼들 오브 머드 또한 그 즈음 세상에 내놓는다. 생경한 이름의 이 밴드는 앞서 프레드 더스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스테인드처럼 포스트 그런지의 전통을 잘 살리고 있지만, 결코 답습만을 거듭하는 음악에 머무르지 않고 락큰롤과 펑크, 그런지, 얼터너티브의 요소를 절충적으로 결합한 형태를 추구한다.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Control”로 서서히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이들은 각종 차트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받았고, 그 후 심기일전하여 내놓은 두 번째 싱글 “Blurry”가 빌보드 모던락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신인으로서 최고의 신고식을 마쳤다. 한번 생각해 봐라. 방망이 잡아본지 1년도 안된 풋내기가 한 경기에서 2연타를 치기도 힘든 마당에 아무렇지도 않게 홈런까지 날려버렸으니 그 어찌 대단하다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퍼들 오브 머드는 미국 중부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Wesley Reid Scantlin(보컬/기타), 매사추세츠 출신의 Douglas John Ardito(베이스), 조지아주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에서 자란 Paul James Phillips(기타), 남부 루이지에나 출생의 Greg David Upchurch(드럼)가 중심을 이룬 4인조로, 프레드 더스트가 새롭게 만든 레이블 ‘Flawless’와 계약한 첫 번째 밴드이다. 실질적으로 스테인드를 키워냈지만 그들이 프레드 더스트의 레이블과 계약을 맺지 못해 번번이 헛수고(?)만 했던 경우와 달리, 이들은 프레드 더스트의 ‘Flawless’에 소속되어 있고 또 그가 부사장으로 있는 ‘Interscope’에서 배급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이제 모든 부분에서 건질 수 있는 건 확실히 건지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듯 하다. 퍼들 오브 머드를 알기 위해 꼭 인지하고 있어야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면 이들이 평소에 즐겨듣는다는 음악을 체크해보는 일인데, 겉으로 드러난 이들의 단편적인 사운드만으로는 너바나(Nirvana)와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같은 그런지 밴드들의 모습밖에 찾아볼 수 없지만, (멤버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은 일상적인 그런지 밴드 외에 탐 웨이츠(Tom Waits), 퀸(Queen), 라디오헤드(Radiohead), 판테라(Pantera) 같은 다양한 음악들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펑크와 메틀은 이들의 음악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첫 싱글로 발표되었던 곡으로 헤비한 연주에 실린 감성이 잘 드러난 “Control”,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를 중심으로 나긋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Drift & Die”, 출렁거리는 비트감이 느껴지는 “Out Of My Mind”, 프레드 더스트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Nobody Told Me”, 퍼들 오브 머드의 이름 값을 높이게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두 번째 싱글 “Blurry”,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곡으로 싱글로 발표하면 좋을 듯한 “She Hates Me”, 너바나와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중간에 위치한 듯한 “Bring Me Down”, 가볍게 발장단을 유도하는 “Never Change”, 라이브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 같은 곡으로 듣고 있으면 자꾸 너바나가 떠오르는 “Basement”, 변화가 큰 구성이 돋보이는 “Said”, 반복적이고 점층적인 구조를 가진 곡으로 앨리스 인 체인스 같은 진지함이 느껴지는 “P*** It All Away”의 11곡이 고른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포스트 그런지 씬도 해먹을 건 거의 다 해먹은 것처럼 보인다. 걸걸한 목소리와 묵직한 연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구성이 이제 어느 정도 패턴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퍼들 오브 머드 또한 지금까지 등장했던 여느 밴드들에 비해 탁월한 작곡력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그룹은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연주와 은은한 멜로디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밴드 자체의 ‘실력’과 프레드 더스트의 입김이 크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는 ‘배경’이 고루 융화된다면, 앞으로 대중에게 실질적인 ‘믿음’을 줄 수 있다는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퍼들 오브 머드를 키워준 림프 비즈킷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들 역시 자신들의 장점을 잘 발전시켜 두 번째 앨범에서 10배쯤 성장하는 일 뿐이다. 이들은 남들 평생해도 못할 ‘빌보드 모던락 차트 1위’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