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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ddle Of Mudd - Life On Dis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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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 비즈킷 프레드 더스트의 후광을 업고 혜성처럼 등장한 뉴메틀 그룹 '퍼들 오브 머드'의 두 번째 앨범. 데뷔앨범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면, 이번에 발매된 2집은 한층 성숙한 그들만의 강력한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된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다. 빌보드를 강타하고 있는 뉴 싱글 'Away From Me' 수록!!
이브에서 완성한 21세기의 하드록
Puddle Of Mudd
"물론 우리 모두는 그런지 세대다. 나는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비틀즈, 도어스, 지미 헨드릭스, 핑크 플로이드 등을 들으며 자랐다. 그들이 등장했던 때는 아주 고무적인 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지가 나타났을 때, 그건 우리 뮤지션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고 우리가 정말 기타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계시가 되었다. 많은 록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받았지 특정 사운드에만 영향받은 건 아니다. 나는 그런 클래식 펑크와 그런지 록을 탐구한다. 그걸 수퍼 록이라고 부르자!" - Wesley Reid Scantlin
호쾌한 록, 퍼들 오브 머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확한 단어가 있을까? 자신의 건장한 체구를 모두 울려 노래하는 듯한 웨스 스캔틀린(Wesley Reid Scantlin)을 포함한 네 명의 젊은이들은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곧 록 음악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인 밴드가 되었다. 포스트 그런지 혹은 뉴 그런지가 유행은 되었을지 언정 들을 만한 음악은 만들어내지 못하며 지겨워질 무렵 퍼들 오브 머드의 등장은 신선했다. 그들은 뻔한 멜로디와 매력적인 선율의 차이, 뭉툭한 팝/ 록과 시원한 하드록 사운드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 결과 데뷔 앨범 [Come Clean]은 전세계적으로 4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게 되었다. “Control,” “Drift & Die,” “Blurry,” “She Hates Me”… 신인 밴드의 데뷔 앨범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히트곡들이 탄생했고 음악적으로 일관적인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레이블 사장님인 프레드가 두려할 정도로, 그들은 떴다.
그러나 수퍼 밴드는 여전히 단색 티셔츠에 헐렁한 작업복 바지를 즐겨 입고 레드 제플린처럼 멋진 록 음악을 연주하고 싶을 뿐이다. 까만 빵모자 속에 잘 기른 금발을 감춘 자신의 외모처럼, 웨스 스캔틀린은 강한 하드록 사운드 속에 감칠맛 나는 멜로디를 감추어두고 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제 여전한 매력의 [Life On Display]가 우리 앞에 전시되었다. 한 2년 만인 것 같다.
올해 초에 이미 정한 잠정적인 앨범 제목인 [Life On Display]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당초 발표를 예정했던 초여름은 훌쩍 지나 겨울에야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3월쯤 스무곡 가량의 곡이 완성되었지만 그 다음 작업에 많은 공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곡을 앨범에 수록할 것인지 고심하던 중, 녹음실과 곡에서 완전히 떨어져보기도 했으며 가족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보았다.
웨스 스캔틀린은 아버지와 아들이 음악을 듣고 메모해 준 일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강력한 모습과 달리 꽤 가정적인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앨범에서 좀더 여유 있고 안정적인 느낌의 음악을 펼치는 스타세일러(Starsailor) 뒤에 아버지가 된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월시가 있는 것처럼 퍼들 오브 머드에는 웨스 스캔틀린이 있다. 노동하는 음악 청년들의 거칠 것 없는 치기가 어린 데뷔 앨범과 달리 투어하는 수퍼 밴드의 새 앨범에는 짜임새 있는 편곡과 연주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듯 거친 일성(一聲)으로 시작하는 앨범의 첫곡 “Away From Me”는 첫 싱글이기도 하다. 매우 강력한 하드록 사운드이지만 그의 연인에 대한 쓰린 경험이 담긴 곡이다. 그녀도 웨스처럼 성공의 꿈을 안고 LA에 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반면 웨스는 밴드의 성공으로 투어를 떠나야 했고 그녀는 그런 상황을 이성적으로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 “Awake From Me”는 그 때문에 겪었던 심한 정신적 고통을 아주 관조적인 태도로 그리고 있다. “Blurry”처럼 매력적인 멜로디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라이브에서 관객의 분위기를 밀고 당겨줄 그루브가 충분한 트랙이다. 앨범 발표가 지연되면서 간간이 가졌던 공연에서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이다.
모든 라이브 지향적인 밴드들이 다 그렇겠지만 퍼들 오브 머드 만큼 팬들의 반응에 귀 기울이는 밴드도 드물 것이다. 최근에는 작은 클럽에서 많은 공연을 가졌는데 웨스는 "내 목소리는 관중들에게 침을 맞을 수도 있는 그 무더운 공간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얻은 팬들의 반응으로 다음 싱글이 결정된다.
퍼들 오브 머드가 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건 그들 역시 여전한 음악팬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다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은 그들의 음악적 뿌리 중 하나. 데뷔 앨범에서 너바나(Nirvana)와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의 그림자를 곳곳에 드리웠던 퍼들 오브 머드의 영원한 우상이 바로 레드 제플린이다. 공연에서는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 블랙 새버스의 곡들도 곧잘 연주하곤 하는 이들의 음악에서 하드록의 고전적인 냄새가 느껴진다. 그건 앨리스 인 체인스가 한동안 추구했던 음악이기도 하다.
7분여의 긴곡 “Time Flies”가 대곡(大曲)이 될 수 있도록 밴드는 그 안에 록 음악의 빛나는 전통을 결집하려 한다. 어쿠스틱 기타로 작곡하는 것을 즐기는 싱어송라이터 웨스 스캔틀린의 머리에서 나와 밴드의 손으로 완성된 곡은 완만한 단계를 밟아 완성되는 레드 제플린이다. 손에 익은 기타 소리가 중첩되어 미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스피드는 없지만 긴박감만은 숨을 참게 만드는 곡 구성 등이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자기화한 밴드의 성숙한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라이브 밴드가 길 위에서 만든 두 번째 앨범은 소포모어 앨범에 대한 우려를 잘 짜여진 하드록 사운드로 날려버리고 있다. 하지만 징크스는 원래 사람들의 반응으로 결정된다. 공연장에서 만나는 열성 팬들을 열광시킬 만한 새 앨범 [Life On Display]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Come Clean] 만큼 사람들의 귀에 멋진 팝송이 되어 꽂힐 싱글들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너바나 아류 아니냐는 폄하에서 벗어나는 대신 라디오에서 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어떤 면에서 삶은 공정하다). 하지만 너바나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대신 자꾸만 듣고 싶은 곡이 “Life Ain't Fair”라는 사실은, 퍼들 오브 머드나 우리에게나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 너바나의 규칙은 언제까지 우리를 지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