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뒤늦게 국내에 들어오게 된, 열 두곡이 담긴 그녀의 데뷔 앨범 Harbinger 역시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그러한 것 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낸 것이다. 그녀의 히트작인 2집 보다도 앨범 전반에 걸쳐 차분하면서도 우울한 정서가 배어 있다. 그녀는 비단 앨범 뿐만이 아니라 공연에서도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폴라 콜의 고백.
“내 음악의 대부분은 어둡고 슬프고 심각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예전에 뉴욕의 카페에서 Bethlehem(Harbinger에 수록된 곡)을 처음 불렀을 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프로 음악인으로서는 창피한 일이지만 그것이 처음으로 라이브를 한 때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노래 Bethlehem은 그녀가 자랐던 록포트(Rockport)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다. 멜로디 라인은 한없이 서정적이지만 내용은 한없이 어두우며, 독특한 그녀의 음색 즉, 섬세하면서도 우수에 차있는가 하면 군데 군데 힘이 느껴지는 보컬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수작이다.
그런가 하면 임신하는 바람에 예술가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노래 Happy home이 잔잔히 첫 머리에 흐르고 있으며 Watch the woman's hand 역시 어머니에 대한 노래이다. I'm so ordinary는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밖에 우울하게 읊조리는 보컬과 역시 음울하게 짓누르는 피아노의 타건(打鍵)으로 이어지는 Black boots, 사회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 담겨 있는 Hitler's brother 등의 수작이 담겨있다.
포크와 록, 그리고 소울과 팝 등이 교묘히 뒤섞인 이 앨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특정한 악기나 멜로디 라인이 아니라 내지르지 않으면서도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의 보컬이다. 그리고 그 보컬이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진실을 숨기지 않고 노래로 토해내고 있는 그 솔직함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이 앨범의 제목을 ‘Harbinger(선구자. 전조)’로 정한 것은 아주 선견지명이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녀 내부의 열정(fire)을 표출해낸 앨범 This fire로 이처럼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이 읽혀질 시점에서는 결론이 지어져 있겠지만 그녀가 과연 그래미의 신데렐라가 될지, 아니면 ‘Where have all the trophies gone(트로피는 다 어디갔나)?’라고 탄식하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폴라 콜이란 실력있는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미래는 이번 그래미 시상식 결과에 관계없이 활짝 열려있을 것이 틀림없으리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인기를 얻을 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뚜렷한 주관을 지닌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