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반갑습니다.

리스뮤직

카테고리 검색

상품검색

수량
총 상품금액 12,400

상품상세설명

Rita Calypso - Sicalyptico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는 뉴요커의 여유.

리타 칼립소의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의 머리 속에 화악 떠오른 어휘입니다. 노래가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자켓에 들어있는 늘씬한 여자들의 그림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상, 강아지와 함께든 아니든, 그 강아지가 귀엽든 아니든, 그게 뉴욕이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인트는, ‘여유’입니다. 그 여유는, 당신이 와인을 마실 때 찾아올 수도 있고, 차 한잔을 할 때 찾아올 수도 있지만, 단순히 바쁜 아침에 샤워를 하거나 급하게 화장을 할 때,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유’라는 건, 상황이 아니라 마음인 거거든요.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주는 리타의 음악이 다시 찾아왔다는 것은, 한참 시간에 쫓겨 살던 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고전들을 재해석해 ‘리타식’으로 불러주는 리타의 노래들이 무척이나 듣고 싶었거든요. 이건 아마도 저 혼자만의 바램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2003년에 발매된 리타의 첫 솔로 앨범 [APOCALYSO]를 접해보신 분들이나, 시에스타 레이블의 또 다른 야심작, 여행 3부작-[Sol y sombra], [Educacion y descanso], [Informacion y Tourism]-, 혹은 크리스마스 앨범 [Fantagia De Navidad]에서 잠깐이라도 리타의 노래를 접하신 분들이라면, 저처럼 리타의 매력에 흠뻑 젖어 그녀의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요?

‘주옥 같은’ 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만, 리타가 부르기 전에 이번 앨범에 사용된 노래들을 많이 접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원곡과 비교해 어떻다, 라는 말을 건네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리타가 예전 노래들을 소화해내는 방식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는 것입니다. 깔끔한 사운드에, 부드러운 목소리, 적재적소에 배치된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음악은, 당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거나, 혹은 손에 들고 있는 머그잔을 약간씩 흔들며 흥얼거리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리타의 첫 번째 앨범인 [APOCALYPSO] 중 한 곡인, ‘Paper Mache’도 이영애 씨가 출연하는 아파트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거겠지요. 내 쉴 곳이, ‘sweet home’이라는 인상을 리타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알려주고 있거든요.

앨범 제목인, ‘Sicalyptico’는 스페인어로 ‘Erotic'을 뜻하는 단어에 그녀의 이름을 삽입한 것입니다. 리타는 자신의 이름을 무척 좋아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리타 칼립소는 본명이 아닙니다. 게다가 리타 칼립소라는 이름 뒤에 안나 란(Ana Laan)이라는 여인이 있다는 것 이외에 그녀의 개인 신상에 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습니다. [APOCALYPSO] 자켓에 있는 얘기들을 잠깐 정리해 본다면, 리타는 우아함과 품위-가식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방법으로-가 혼잡한 세상에서 조화로운 존재로 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을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이 그런 사람들의 삶에 즐거움을 더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리타의 이미지와 좀 맞아 떨어지나요?

리타 칼립소의 앨범 뒤에는 마테오 기스카프레(Mateo Guiscafre)와 라몬 레알(Ramon Leal)이라는 두 사람의 조력자가 있습니다. 마테오 기스카프레는 시에스타의 공동 창업자이자 운영자이며, 라몬 레알은 자신의 솔로 앨범은 물론 각종 시에스타 컴필레이션에서 모습을 드러낸 보사노바 아티스트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 3부작을 프로듀스 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여행객들을 위한 보사노바/라운지 스타일의 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군의 역할을 했던 리타 칼립소와 함께 별도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리가 없겠죠. 마테오 기스카프레는 1960~70년대의 보물창고를 뒤져 리타가 자신의 매력을 덧붙일 노래들을 선곡하고,라몬 레알은 이미 증명된 빼어난 감각으로 뛰어난 보사노바의 맛과 마법 같은 오케스트라 편곡을 덧붙여 리타의 매력을 한껏 부풀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탄생된 14곡 중 어느 한 곡도 실망스러운 곡이 없으며, 다양한 장르들을 넘나들면서 리타는 자신의 ‘유동적인’ 목소리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첫 곡인, ‘Wailing of the willow’에서는 원곡의 빈약하고 소박한 애도(哀悼)를, 믿을 수 없이 경건한 ‘공상 과학 발라드’로 별 노력 없이 바꿔 버리기도 하고, 또 ‘성인들을 위한 환타지’ 라고 흔히 언급되는 60년대의 프랑스 SF 영화 ‘Barbarella, Queen of the Galaxy’의 사운드트랙에서 가져온 ‘I love the love in you’에서는. 리타의 에로틱한 목소리가 섹스어필계의 계보를 잇는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제인 폰다를 묘사한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Only friends’는 아마 여러분의 잃어버린 ABBA 앨범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리타는 이제 이전의 Dionne Warwick, Nancy Sinatra, Karen Carpenter이나 Dusty Springfield 등이 차지하고 있던 정갈한 그 공간을 들어차고 앉으면서,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기량이나 인기를, 재즈계의 디바로 등장한 노라 존스(Norah Jones)와 견준다면, 무리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