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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명확히 어떤 앨범이다라고 분류하기는 약간 애매하다.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 약간은 퓨전적인 록이라 할 수 있는데, 언제나처럼 근본은 대부분 그가 좋아하는 장르인 블루스, 소울, 훵크, 재즈, 록이다. 단적으로 평가하자면 리치 코젠 스타일이 이제야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곡 하나하나에 그의 스타일이 거부감 없이 녹아 들어있다. 13년간 시도됐던 실험적인 연주가 아닌 스스로 '내 연주는 이런 것이다'라고 들려줄 때가 되었고 그 시작이 이번 앨범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곡을 작곡, 연주하고 노래한 이 앨범은 그의 퍼스널 스튜디오 'The House'에서 녹음되었고, 마스터링과 프로듀싱까지 해낸 명실공히 그의 솔로 앨범이다.
짧은 블루스 소품 'Ohio'로 시작되는 앨범은 블루스, 훵크 바탕의 흥겨운 록 넘버 'Scared Of You'로 이어지고, 그리고 나면 리치의 장기 중 하나인 왼손 주법 위즈의 레가토 연주가 빛을 발하는 'The Answer'가 등장한다. 레가토의 대가인 앨런 홀드스워스(Allen Holdsworth)의 복잡하고 어려운 운지에 비해 기교는 덜하지만 물 흐르듯이 자여스러운 라인 전개를 들을 수 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Slow'에서는 독특한 분위기의 훵크 록을 들려주는 리치 코젠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끔 등장하는 이펙터 사운드를 듣게 되면 아직도 스티비 살라스(Stevie Salas)의 영향이 약간은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기타를 연주함에 있어 누군가에게 연주적인 면에서 영향을 받게 되면 그것은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리치는 에이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