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나라에 선보일 2집 앨범 STEPTACULAR는 일단 이들의 소포모어 징크스 극복 여부가 가장 관심사였는데 일단 영국 차트에서 1위로 데뷔해 이런 우려는 말끔하게 씻어주고 있다.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카일리 미노그와 제이슨 도노반, 바나나라마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피트 워터만(Pete Waterman)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사운드 면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바 음악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내용적으로 보아 전작에 비해 좀 더 성숙해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이 코너에 소개되고 있는 많은 혼성 듀오들에 비해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멤버들 모두가 보컬에 참여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인데 이번 새 앨범에는 멤버들의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가 좀 더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클레어와 리사 페이 등 세 여성 멤버와 남성 멤버 에이치가 각각 솔로를 해주고 있고 클레어와 에이치는 듀엣을 들려주는가 하면 또 다른 싱글 Say you'll be mine에서는 멤버들이 골고루 솔로 파트를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멤버간의 보컬 하모니도 더욱 더 진일보한 느낌.
앨범을 간략히 살펴보면 첫 트랙에 담긴 Tragedy는 이미 싱글로 발매되었던 곡으로 잘 알려진 디스코의 제왕 비지스의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 원곡을 리메이크 한 것으로 이들의 곡중에서는 가장 템포감 있고 신나는 곡중의 하나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지난 해 재발매된 STEP ONE에서 보너스 트랙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After the love has gone은 최신 싱글로 흑인 그룹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히트곡과는 동명이곡. 마치 Winner takes it all을 연상시키는 도입부부터 아바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곡. 이 곡의 뮤직 비디오는 이들이 지난 여름 미국 투어시에 촬영을 하기도 했다. Love's got a hold on my heart는 앨범 발매에 앞서 이미 싱글로 선보인 작품으로 솔로로 시작되어 멤버들의 화음이 상승 기류를 보여주는 댄스 트랙. 팬들에게는 이미 귀에 익어 있는 작품. 레게풍이 가미된 유로 댄스곡 Say you'll be mine은 멜로디 진행 때문인지 아바의 One of us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곡이다.
I think it's love는 클레어가 솔로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발라드 트랙으로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다. Make it easy on me는 리사가 리드 보컬을 맡아주고 있는 미디움 템포의 트랙이며 Movin' on은 전작에서의 Last thing on my mind와 마찬가지로 바나나라마의 곡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Deeper shade of blue나 007 시리즈에서 제목을 따온 듯한 Never say never again 등의 댄스 트랙과 함께 피아노 연주 위에서 클레어와 에이치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발라드 When I said goodbye는 이번 앨범이 좀 더 다채로운 성격을 띠도록 해주고 있는 트랙들이다. 마지막 트랙 You're everthing that matters to me는 감정처리가 한 것 돋보이는 발라드 트랙.
이들의 앨범은 데뷔작이 그랬듯이 싱글 히트곡들이 대량으로 터져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2집 역시 1집 못지않은 히트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들의 발랄한 이미지가 10대 취향의 그룹으로 인식되게 하는 측면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의 음악은 10대 부터 성인층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아바의 체취가 물씬 배어 나오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는 점은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칠 수 있도록 하낟. 물론 침체된 우리 음반 시장 상황이 변수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