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타이틀 ASTRO LOUNGE(우주의 라운지?)에 걸맞게 이들의 사운드는 전작에 비해 많이 현대화(?)되었다. ’60년대와 ’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구닥다리 기타 리프가 여전히 군데 군데 살아있지만 펑크 밴드로서의 색깔은 거의 벗어버린 듯이 보인다. 데뷔 앨범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스카 펑크 밴드들의 특징인 브라스 섹션은 자취를 감추었고, 어쿠스틱 기타의 비중이 커졌으며 유머러스한 태도로 임했던-물론 사운드 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전작에서의 모습은 발견하기 힘들게 되었다. 모던 록적인 색채가 짙어진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프로듀싱 면에서도 한층 깔끔하고 세련되어졌고(물론 프로듀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서드 아이 블라인드를 발굴해낸 에릭 발렌타인이 맡고 있다), 레게 리듬이 갑작스럽게 하드코어로 돌변한다거나 하는 따위의 장난기는 이번 앨범에 와서 많이 자제되었고 시종 일관 질주하던 속도감도 많이 떨어져 있다. 심지어는 발라드 넘버에 가까운 곡도 발견할 수가 있다.
게다가 엘비스 프레슬리에서 밴 헤일런, 디페쉬 모드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음악적 취향을 가진 멤버들의 기호가 반영된 듯 ’60년대식 분위기로 채색된 곡에서부터 ’70-’80년대의 뉴웨이브 스타일, 얼터너티브, 그리고 루프와 샘플링 등 ‘현대적’ 요소도 광범위하게 수용하고 있는 변화가 엿보인다. 확실히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사운드로 일관했던 데뷔작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인 All star는 7월 하순 발매 예정인 사운드트랙 <The Mystery Man>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지난 5월 초 싱글 커트되어 6월 5일자 빌보드 모던 록 차트 2위까지 올랐다. 비록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하고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긴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곡 중간 보코더의 사용도 특이하다.
그리고 지난 번 앨범에서 선배 그룹 워(War)의 Why can't we be friend를 커버했던데 이어 이 앨범에 와서는 ’60년대 미국에서 펑크 록의 지평을 열었던, 5인조 록 밴드 퀘스천 마크 앤 더 미스티리언스(? & The Mysterians)의 1966년 히트곡 Can't get enough of you baby를 리메이크 하고 있다. 이 곡은 요즘 한창 떠오르는 스타인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주연했던 <Can't Hardly Wait>의 사운드트랙에 삽입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첫 트랙 Who's there는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우주적인 느낌을 주는 효과음이 삽입되어 있으며 두번째 트랙 Diggin' your scene은 도어스를 연상시키는 오르간 반주와 딱 딱 끊어지는 비트가 인상적이며, 마치 비틀즈의 Obladioblada를 연상시키는 인트로로 시작되어 미디움 템포로 이어지는 I just wanna see, 이색적으로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포크 스타일을 수용해낸 발라드 넘버 Waste(이 곡은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도 한다), 셔플 리듬이 사용된 Satellite, 신스 팝적인 느낌이 가미된 Radio 등등이 들을 만 하다. 그런가 하면 수록곡중 가장 헤비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Stoned도 눈길을 끈다.
앨범 전체적으로 보아 단순하게 질주하는 펑크 색채를 벗어버리고 복고적 취향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이 작품은 비교적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트랙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변화가 스매시 마우스의 음악에 대한 선입관을 갖고 대했던 팬들에게는 당혹스럽게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