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BLUE에는 전체적으로 긴 투어기간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훨씬 가까워진 밴드 멤버들간의 파트너십이 반영되어있다. 에너지와 의욕으로 가득한 스튜디오에서의 잼 세션은 그들의 음악을 더욱 와일드하면서도 즉각적인 아이디어를 충분히 수용한 것으로 만들었다. 누군가에게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순간에 바로 그걸 발전시켰고, 그런 고로 레코딩 작업은 전혀 계획적이지는 못했지만 자유롭고 힘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또한 이전처럼 젠킨스 단독이나 젠킨스와 캐도건의 파트너십으로만 곡이 쓰여지지 않고 정말 스스로의 말 그대로 한 밴드가 협력하여 만들어낸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젠킨스는 이번 앨범에서 샐레이저의 역할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샐레이저는 두 곡을 공동으로 작곡했고 곡의 어레인지에도 깊게 관여했으며 건반 연주 실력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첫 번째 싱글은 오프닝 트랙이기도 한 Anything으로 쉽고 단순한 구성을 갖고 있다. 이번 앨범은 여전히 부분 부분 달콤하고 친근한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작보다 확실히 섬세하고 복잡하며 진지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장점인 팝적 성향을 버리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Wounded나 Deep inside of you는 영롱하게 울리는 멜로디와 상처 입은 보컬로 진지하고 정직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10 Days late는 에버클리어(Everclear)와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를 결합시킨 것처럼 들린다. 단순하지만 재치있는 파워 팝 넘버이다. 금방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에 대한 감각은 여전히 1000 Julys 같은 곡에서 쉽게 발견된다. Camouflage의 보컬 라인은 듀란 듀란(Duran Duran)과 같은 '80년대 뉴 웨이브 밴드의 그것을 연상케 하며, 다소는 사이키델릭한 느낌도 준다.
Red summer sun은 정말이지 괴상한 곡이다. 전반부에 멀쩡하게 노래하던 젠킨스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갑자기 중간에 AC/DC의 보컬리스트로 돌변하고 있다. Farther의 비트는 드럼 머신을 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지만 하그리브즈는 이 앨범의 모든 드럼 비트를 전부 자신이 직접 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젠킨스의 팝적인 프로듀스 감각이 잘 살아있는 곡이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으로 연주하는 평범한 스타일의 록 음악이라고 해서 그냥 진부하고 형편없는 것으로 폄하(貶下)해 버릴 수는 없다. 이젠 새롭고 독창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이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대중음악의 세계는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음악'이지 들어주기 힘들지만 '독창적인 실험'이 아닌 걸. 서드 아이 블라인드의 이야기가 이런 사실을 유감없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