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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hiro Matsumoto - 華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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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기타리스트의 아름다운 정원으로의 초대
일본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 B’z
B’z는 일본 음악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밴드일 것이다. B’z는 일본에서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워가고 있는 밴드로 살아있는 전설로 여겨진다. 예를 들면 1990년 6월에 발매된 「太陽のKomachi Angel」이 등장하자마자 차트 1위를 기록한 이래로 2002년 6월 5일에 발매한「熱き鼓動の果て」까지 모두 29장의 싱글이 연속 1위를 기록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만들어오고 있으니, 이들의 일본 대중 음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보컬리스트인 이나바 코시(?葉浩志)와 기타리스트인 마쓰모토 타쿠히로(松本孝弘)로 구성된 듀오 밴드인 B’z는 ‘일본의 에어로스미스(Aerosmith)’라고 말할 수 있다. 마쓰모토가 만들어내는 팝적인 센스가 넘치는 멜로디와 화려한 테크닉이 뒷받침된 맛깔스럽고 다채로운 기타 연주, 그리고 이나바의 감수성이 어린 노랫말과 탁월한 보컬 센스가 조화를 이룬 B’z의 매력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음반 판매량에서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화려한 키보드 사운드가 가미된 팝록에서 출발하여 딥퍼플이나 에어로스미스 스타일의 하드록, 또 최근에는 댄서블한 비트와 결합된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하는 등, B’z의 음악은 록이라는 범주 안에서 비교적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나름대로의 변신을 통해서 신선함을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발라드에서도 강점을 드러내는 B’z의 음악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일본 대중음악이 개방된다면 좋은 반응을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앨범도 앨범이지만 이들의 진가는 라이브에서 빛을 발한다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하는 밴드인 동시에 가장 많이 공연하는 밴드이기도 한 B’z는 12장의 앨범을 발표한 현재까지 500회 이상의 공연을 가졌는데 언제나 매진을 기록해왔다. 마쓰다 다카노부(增田隆宣), 드러머 소울 토울(Soul Toul) 등, 정상급 세션들을 동반하는 이들의 라이브는 정력적인 무대 매너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이나바와 이바나의 보컬와 듀엣을 이루어 노래하는 마쓰모토의 기타 멜로디, 여기에다가 상상하기 힘든 스케일의 엄청난 무대 효과가 가미된 이들의 라이브는 음악적으로나 볼거리 면에서도 더없이 충실한 공연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국내 팬들도 이미 영상물을 통해서 B’z의 엄청난 스케일의 공연을 접했으리라 생각된다.
B’z의 두 멤버들은 밴드 활동과 더불어서 각자의 솔로 프로젝트도 병행해오고 있다. 특히 마쓰모토는 기존의 B’z 음악에서는 표현되기 힘들었던 다양한 감수성을 담은 솔로 음반을 여러 장 발표해왔다. 레드 제플린, 딥퍼플, 에어로스미스 등과 같은 하드록 밴드의 음악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마쓰모토이지만 그의 음악은 결코 록이라는 테두리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마쓰모토는 자신의 감수성을 자유로이 표현해내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테크닉을 소유하고 있는 기타리스트이다. 이런 그가 작년에 있었던 투어 활동을 마무리하고 스튜디오에서 솔로 앨범 제작에 몰두하여 2002년 2월 27일, 「華(하나)」라는 풀렝쓰 앨범과 「Dragon From The West」라는 미니 앨범을 동시에 발표하고 오랜만에 솔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동서양의 정서가 조화를 이룬 앨범
[戀歌]는 앨범의 첫 트랙인 동시에 앨범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곡이기도 하다. 중국의 호궁(胡弓) 연주가인 첸민과 협연한 이 곡은 ‘사랑 노래’라는 제목만큼이나 애수와 서정성을 지닌 멜로디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호궁의 음색과 어울리도록 조율된 마쓰모토의 기타 톤이 돋보인다. 그동안 발표해왔던 여러 솔로 앨범에서 다양한 테크닉을 과시했던 마쓰모토가 이번 앨범에서는 테크닉 위주의 음악보다는 누구나 쉽게 듣고 정서적으로 공명할 수 있는 서정적인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곡이 앨범의 주요한 정서 중에 하나인 동양적인색채를 전면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트랙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직 스테이션의 테마곡으로 사용되어 일본 내에서는 잘 알려진 곡이고 최초로 CD화된 곡인 [#1090[千夢一夜]]는 앨범 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을 지닌 곡이고, 타이틀 곡인 [華]는 [#1090[千夢一夜]]로부터 이어지는 멜로디 라인의 변주를 들을 수 있고 첫 트랙에서 들었던 첸민의 호궁 연주가 다시 곁들여져 앨범의 첫 느낌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戀歌]에서 [#1090[千夢一夜]], [華]로 이어지는 세 트랙은 이번 앨범 성격의 절반을 대변하고 있는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있는 트랙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앨범의 중반으로 넘어 가면서 앞의 여섯 트랙과는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과 만나게 된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Little Wing] 커버가 그 시작을 알린다. 지금까지 많은 뮤지션에 의해서 커버되어온 이 명곡을 마쓰모토는 와와페달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해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어지는 곡은 역시 커버 곡으로 니노 로타(Nino Rota)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마, [Romeo & Juliet]이다. 비교적 원곡에 충실한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접근은 후반부에 들어서 강한 디스토션의 굉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앨범의 전반부와는 달리 [Little Wing] 이후의 트랙들은 동양적인 색채가 거세된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래리 칼튼(Larry Carlton) 스타일의 블루지한 터치를 담은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You Know…]와 GRP 레이블 스타일의 퓨전 재즈를 들려주는 [2011]은 앨범의 후반부에 놓인 하이라이트로 더없이 깔끔한 마무리를 장식하고 있는 곡이다.
중국의 호궁 연주자인 첸민은 이 앨범에서 마쓰모토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앨범의 믹스는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담당했다고 하니 정서적으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특한 색깔을 지니게 된 앨범이 탄생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자 제목을 지닌 트랙과 영문 제목을 지닌 트랙들이 정서적으로 확연히 구별되면서도 유기적인 통일감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은 역시 마쓰모토의 기타를 매개로 이루어진 연주이기 때문이다. ‘꽃(華)’이라고 붙여진 타이틀처럼 이 앨범에는 마쓰모토가 공들여 꽃피운 여러 가지의 다채로운 꽃들과 만날 수 있다. 소박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꽃과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화려한 꽃들까지, 마쓰모토의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꽃들이 감상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공명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들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