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미학으로 완성된 인간 사회의 장엄한 기록”, 이그니토의 첫 번째 앨범 “Demolish” |
이그니토의 본 환상곡은 근래에 발표되는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슬래셔 무비나 하드고어 물 수준으로 적나라하고 거친 장면 묘사가 담긴 트랙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굉장히 어리둥절한 음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의 밀도만큼은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견고’하다. 조밀하고 흔들림이 없는 라임 구성력이나 문장의 핵심을 청자에게 빠르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명료성이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콘셉트에 대한 앨범 참여자들의 이해의 깊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정상급의 프로듀서 랍티미스트(Loptimist), 마일드 비츠(Mild Beats), 케슬로(Keslo)가 값진 비트를 할애했고, 숨겨진 실력파 프로듀서 대즈뎁스(Dazdepth)도 특색이 있는 비트로 앨범의 일관된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또 무서운 신예 이센스(E-SENS), 본작을 통해 수 년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대구 힙합 듀오 바이러스(Virus), 99년부터 세 장의 온라인 앨범을 발표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했던 하드코어 랩 그룹 비앤에스(BnS)의 멤버 배니싯뱅(Banishit Bang), 그리고 이그니토의 오랜 음악적 동료들인 바이탈리티(Vitality)의 멤버들까지, 각각의 참여진 모두 완성도 높은 가사로 본 앨범을 더욱 빛내주었다. 그뿐 아니라 슈퍼래핑 프로젝트(Superappin' Project)의 디제이 웨건(DJ Wegun)과 한량사의 스케즈(SKEZ : DJ Skip & The Z)도 턴테이블리스트로 참여하여 멋진 리릭 스크래치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