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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zibit - Weapons Of Destruction
쥐 훵크(g-Funk)의 폭풍을 앞세웠던 웨스트코스트 힙합(Westcoast Hip Hop)의 전성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을 무렵, 힙합 씬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어갈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으로 주목받으며 랩 게임에 등장한 한 사나이가 있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새어머니와의 계속된 갈등 끝에 14살의 나이로 집을 뛰쳐나와 현존하는 실력파 하드코어 MC 중 한 명으로 우뚝 선 남자. 그가 바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Mr. X to the Z, 엑지빗(Xzibit)이다.

생각해 보면, 그만큼 현란한 라임을 바탕으로 시원시원하게 공격적인 래핑을 구사하는 MC도 드물다. 너바노바(Nirvanova)의 'Pavane'을 샘플링한 클래시컬한 비트 위로 오로지 돈과 명예만을 위해 랩을 하는 가짜 MC(Fake MC)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싱글, 'Paparazzi'를 듣고 있노라면 앞서 언급한 특징을 간직한 엑지빗의 랩에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니 말이다. 그의 랩이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공격성을 내포하게 된 배경을 보자면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연관되어 있는데,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그의 음악 인생은 어두웠던 어린 시절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하겠다.

'Paparazzi'와 더불어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디제이 머그스(DJ Muggs)가 주조해 낸 감성적인 싱글 'The Foundation'이 수록된 데뷔작 [At The Speed Of Life]를 통해, 반추하는 가사와 나무랄 데 없는 랩스킬로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엑지빗은, 2년 뒤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작 [40 Dayz & 40 Nightz]로 또 한 번 평단과 팬들의 호평을 받으며 전작에서의 인기와 명성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 후 스눕 독(Snoop Dogg), 닥터드레(Dr.Dre), 커럽(Kurupt) 등의 웨스트코스트 힙합 슈퍼스타들의 앨범에 차례로 참여하면서 대중적인 팬 층을 넓혀가던 그에게 새 천년은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일대의 전환점으로 다가온다. 바로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힙합 씬 최고의 실력자, 닥터드레와의 결합이 성사된 것이다. 당시 드레를 위시한 스눕 독, 수파플라이(Soopafly), 디제이퀵(DJ Quik) 등의 정통 웨스트코스트 힙합 스타들은 물론이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이제 막 프로듀싱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던 에미넴(Eminem), 그리고 데뷔 이전부터 그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었던 릭윗 크루(The Likwit Crew)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Tha Liks f.k.a Tha Alkaholiks와 King-T, Defari 등이 결성한 집단으로 엑지빗도 그 일원 중 한 명이다- 까지 불러들였던 작품 [Restless]는 그에게 첫 번째 플래티넘(Platinum) 레코드를 안겨주었으며, 이에 고무되어 급기야 'Open Bar'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레이블을 세우기에 이른다. 이 앨범을 계기로 메인스트림 입성에 성공한 엑지빗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나아가기 시작했고 그 상승가도는 이후로도 계속되어진다.

드레와 스눕 독이 주연했던 코미디 영화 [The Wash]와 에미넴의 자전적 영화인 [8Mile] 등, 스크린에까지 모습을 드러낸 그는 첫 성공으로부터 약 2년 뒤 발표한 [Man VS Machine]으로 골드(Gold)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성공의 단맛을 보게 된다. 비록 [Man VS Machine]의 다소 노골적인 주류 트랜드의 수용에 대해 일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했던 라스카스(Ras Kass), 사피어(Saffir) 등과 함께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던 ‘The Golden State Project’ 계획이 라스카스가 레이블과 마찰을 일으키며 무산되는 아픔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 그는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힙합 씬의 몇 안 되는 뮤지션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계속되는 성공에서 오는 매너리즘이 자신을 엄습하기 전에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는 올 해의 끝자락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새 해를 강타할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장착하고 다시 한번 랩 게임에 뛰어들었다.

Weapons Of Mass Destruction

그동안 MTV의 인기 쇼 프로그램인 'Pimp My Ride'의 진행자로 활약함과 동시에 아이스큐브(Ice Cube)와 함께 반 디젤 주연의 영화였던 [트리플엑스(XXX)]의 후속편에 출연하는 등 잠깐의 외도를 마치고 발표한 이번 [Weapons Of Destruction]은 확실히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엑지빗의 각오가 빛을 발하는 앨범이다. 대중적인 성공은 거두었지만 기존 엑지빗의 색깔이 퇴색되어 절반의 성공이라 말할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훨씬 견고해진 비트와, 예전의 거친 맛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움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그의 공격적인 라이밍(Rhyming)은 청자들의 귀를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본 작의 살상반경을 더욱 넓히기 위해 엑지빗의 곁에서 보폭을 맞추고 있는 걸출한 프로듀서들(Sir Jinx, Hi-Tek, Battlecat, Jelly Roll, Khalil, Thayod Ausar)의 역할 또한 주목할 사항이다.

반(反) 부시 정부에 대한 색이 다분한 앨범의 타이틀답게(*본토에서는 부시 대통령이나 그를 옹호하는 언론 및 미디어 매체 등을 종종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이라는 말에 비유하고는 한다) 본 작은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이라는 짧은 Intro를 시작으로 웨스트코스트의 노장 프로듀서 썰 징크스(Sir Jinx)가 주조해낸 일렉 기타 리프의 비트 위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낮고 위협적인 래핑에 담아낸 'LAX'가 첫 발포를 가한다. 이어 아이들에게까지 자신의 몸을 팔아 연명하는 이라크의 젊은 여인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각기 다른 세 가지 삶에 대한 시나리오를 젤리 롤(Jelly Roll)의 중독적인 비트 위에 배열하고 있는 'Cold World'라는 곡에서도 그의 불편한 심기는 여전히 드러나는데, 초반부의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오래전부터 서부와 동부를 넘나들며 활약해 온 베테랑 프로듀서 릭 락(Rick Rock)의 'Muthafucka'를 기점으로 한층 밝아진 분위기로 전환된다.

음울한 건반에 이어 분위기의 반전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코러스라인과 함께 하강하는 절도 있는 비트가 인상적인 는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플레잉 타임만큼이나 화끈한 강렬함으로 다가오며, 락 아티스트 데이브 메이슨(Dave Mason)의 74년 히트곡 'It Can't Make Any Difference To Me'를 차용한 'Judgement Day'는 기존의 엑지빗의 앨범에서 들어왔던 곡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곡으로, 특히 그의 완벽에 가까운 플로우와 함께 원곡의 기타 연주를 건반으로 대신하고 가스펠송을 연상시키는 코러스 라인이 마치 올드소울에서 샘플을 빌려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곡을 재구성해 낸 프로듀서 카릴(Khalil)의 비트는 많은 이를 연신 감탄케 할 것이다.

본 작을 장식하고 있는 인상적인 트랙들은 계속 이어진다. 수파플라이의 비트를 연상시키는 바운스(Bounce)와 플룻 샘플이 인상적인 'Criminal Set'이라는 곡에서 현재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배틀캣(Battlecat)의 비트에 어깨를 잠시 들썩이고 나면, 이미 앨범 발매 전 싱글로 공개되었으며 킥을 전면에 내세우고 팀바랜드(Timbaland)가 자신의 전매특허인 '비트 쪼개기'를 퍼커션으로 실현해내며 오랜만에 참신한 비트를 선보인 'Hey Now(Mean Muggin)'가 앨범의 점화장치를 더욱 달구어 놓기에 이른다. 이즈음에서 네잇 독(Nate Dogg)에 버금가는 싱어 벗취 캐시디(Butch Cassidy)의 감칠맛나는 보컬과 얼마 전 엑지빗이 새롭게 결성한 프로젝트그룹 스트롱암스테디(Strong Arm Steady - Xzibit, Mitch Slick, Krondon, Phil Da Agony)가 함께 한 'Crazy Ho'에서 전형적인 웨스트 사운드의 푸근함에 잠시 몸을 담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한편, 최근 들어 메인스트림에서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진 하이텍(Hi-Tek)은 본 작을 위하여 두 개의 트랙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리릭시스트인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와 함께 비트를 들으며 즉석에서 라임을 쏟아냈다는 'Tough Guy'와 일그러진 베이스 위로 이펙트를 먹인 신시사이저의 연출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Scent Of Woman'이 앨범의 종반 부를 단단히 받쳐주고 있는 가운데, 엑지빗의 데뷔작 때부터 손발을 맞춰 온 프로듀서 타이오드 아우저(Thayod Ausar)가 고전 곡에서 따온 몽환적인 보컬과 일렉 기타 리프를 이용한 강렬한 비트를 잘 버무리며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Back 2 The Way It Was'를 끝으로 엑지빗의 통산 다섯 번째 앨범인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은 안전장치를 재가동시킨다.

Growth...

"성장. 이번 앨범은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 누군가로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앨범이다(Growth. This album is where I am as a man and a father and somebody who's got some experience under their belt)"

최근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팬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듣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가 한 위의 답변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틀(Battle)에 잔뜩 굶주려 있었던 배고픈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야성적인 공격성과 대중적인 성공으로 인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면서 잠시 망각했던 진짜 MC로서의 자세를 절충해 담아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본 작을 통해 그는 음악적인 면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장도 이루어 내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전 작이었던 [Man VS Machine]에 이어 이번에도 'Paparazzi', 'What U See Is What You Get', 'X' 등의 트랙들처럼 강한 한 방을 날리며 앨범을 대표할만한 곡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예전 그의 래핑이 내포하고 있었던 원초적인 공격성이 이제는 다소 누그러진 것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팬들도 많을 것이리라. 하지만 끊임없이 격변과 정체를 거듭하는 이 바닥에서 트랜드의 수용이 준 성공의 단맛을 이미 한 번 맛보았던 그가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쉬운 길을 놓아두고 팬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중심 잡기를 선보인 본 작은 우리가 마음을 열고 감상해 보아야 할 작품임이 틀림이 없다. 그가 남자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뿐만 아니라 저 옛날 가짜 MC들을 응징하던 진짜 엑지빗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하건대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을 통해 웃고, 울고, 즐기는 것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