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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N.EX.T) - 4집 / Lazenca : A Space Rock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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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은 N.EX.T의 2년만의 정규 앨범이자 공식 4집 음반이다. 또한 케이블 TV 만화 채널인 투니버스와 MBC를 통해서 방송될 애니메이션 만화영화의 사운드 트랙 앨범을 겸한 작품으로서 N.EX.T의 마지막 앨범이기도 하다. 총 8곡을 수록한 이 앨범은 그동안의 그 어떤 작품 보다 큰 스케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4개국에서 동원된 100여명의 세션맨과 스태프들, 수억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제작비 등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며, 무엇보다 서울과 런던을 왕복하며 이루어진 녹음작업 등은 가히 세계적 그룹의 음반 작업을 방불케 하고 있다.
앨범을 들어보면 당장 느껴지는 것으로 우선 웅장한 남성 합창과 대규모 오케스트라 사운드, 그 위에서 빛을 발하는 네 멤버의 화려한 연주 등이 있다. 대작 만화영화의 이미지에 억지로 꿰맞추려한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범 우주적이며 환상적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구성 등이 돋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신해철 프로듀싱의 핵심이랄 수 있는 ‘멜로디’의 전개는 가히 압권을 이룬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우선 첫 곡 Mars, the bringer of war이다. 이는 현대 작곡가 홀스트(Holst)의 교향시 ‘혹성’ 중의 한 곡으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최소 한두번씩은 연주를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불후의 명곡이다. 대중음악 쪽에서는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LP)라든가 일본인 이사오 토미타 등이 리메이크 한 바 있다. 이수용의 힘찬 드러밍을 인트로로 한 것에서부터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사운드 등 록음악과 클래식의 주고받는 구성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입체감 듬뿍한 사운드의 구성 또한 넥스트 음악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스타일의 전형이랄 수 있는 곡이지만 순간순간 기발하고 음악적 플레이가 감탄사가 연발케 한다. 전 멤버들이 하나같이 죽을 고생을 했다는 말처럼 그만큼 충분히 보람도 느낄 곡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넥스트 역사상 최고의 명작이 아닐까 싶다.
이어지는 곡 Lazenca save us는 웅장한 남성합창이 리드하는 바로크 메탈 풍의 음악. 합창음악과 록음악의 멋집 합작이다. 합창에 이어지는 신해철의 걸찍한 보컬 솔로와 그에 주고 받는 합창단의 허밍 등이 감동의 폭을 한층 넓혀준다. 중간 김세황의 기타 솔로 또한 감칠듯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다음곡은 곡 자체가 한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The power라는 곡. 라젠카 만화의 악역인 모노스타-쿠데타를 일으킨 장군이라함-의 테마로 쓰인 곡이다. 유일하게 만화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다. 중간 군가풍의 합창과 행진풍의 연주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멋 훗날 언젠가’는 애니메이션의 러브 테마로 쓰인 곡. ‘날아라 병아리’ 스타일의 팝/록 발라드송으로 N.EX.T 팬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곡이다. 아마도 방송 플레이나 앨범의 홍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택되는 곡이 아닐까 싶다. 이는 마지막 두 번째 트랙에서 피아노 연주버전으로 다시한번 상기되고 있다. 다음곡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라젠카 애니메이션 만화의 전체 주제곡. 최남선의 신시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 특이하며 역시 밴드의 박력과 오케스트라의 우아함이 잘 어우러진 곡이다. 김영석의 베이스가 곡 전반을 휘어감고 있으며 리드미컬한 곡 전개가 아주 멋지다. 해철의 힘찬 보컬 및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어느 한부분에서도 어긋남이 없는 완벽한 사운드로써 힘찬 리듬을 무리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다. ‘먼 훗날 언젠가’ 이상으로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음은 단아한 플루트 음이 인트로에 사용된 A poem of stars. 김세황의 슬라이드 기타와 해철의 무그 솔로가 지극히 클래컬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곡은 The hero. 1,2절의 구분과 반복이 일체 없는 실험성이 짙은 곡이다. 신해철의 변화된 창법 또한 주목할만하다. ‘영웅’이라함은 과연 누굴 지칭하는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케 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앨범 전반을 통해 역시 넥스트의 새로운 실험은지속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룹의 해산이라는 엄청난 발표와 맞물려 있는 음반인 만큼 그 몫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작품성과 의미를 띠고 있다. 음악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있어 N.EX.T는 다시한번 한걸음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제 세계시장에 나가 그 우수성을 입증해보여야 한다는 새로운 의무감이 그들에게 주어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으로 활동을 하든, 다시 재결합을 하든 형식은 중요치가 않다. 지금껏 전개해온 음악에의 열정과 패기로써 더욱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